1.

어쩔 수 없이... 지독하게 오래 걸려서 읽었다.

 

 

 

2.

가끔은 슬램덩크 만화책보다 이 책이 더 재밌어서 이걸 계속 읽고 싶어질 정도로 재밌었다;;

아침/저녁으로 이거 읽다가 한 정거장씩 더 가기도 했으니 -_-;;;

 

어떤 식으로 웃기냐면...

 

쉔젠(심천)으로 예전에 가르쳤던 제자 방문겸 놀러가서, 동료가 수난을 당했던 아편전쟁 박물관 방문이 좌절되자, "인터랙티브"한 체험을 할 수 있다고 광고하는 동물원으로 관광을 간 경험을 두 페이지에 걸쳐 묘사하는 것이다.

 

*************

인터랙티브하다는 것은 먹이를 동물들에게 먹인다는 점에서 사실이었다. 사슴 먹이를 파는 상인들이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했고, 원숭이 언덕에서는 아예 먹이상이 협박까지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먹이 없이 언덕에 갔다가는 원숭이들이 얼마나 사납게 굴지 모른다는 상인에게서 먹이를 사려는 제자를 만류하며, "우리가 먹이를 안주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고 싶지 않아?"라며 언덕을 올랐다가 가방과 모자를 뺏길 뻔한 뒤에는, 악어가 사는 연못 앞에서 살아있는 오리를 우리에 넣어놓고 25위안에 파는 상인에게서 마지막 오리를 사려고 한다.

제자가 악어에게 오리를 던져주는 건 하고 싶지 않다고 하자, "던질 필요 없어. 저 상인이 던져줄 거야. 그리고 저 사람도 악어한테 던지는 게 아니야. 그냥 물에다 던지는 거지." 라고 설득한다.

"악어같은 동물은 싫어요"라고 제자가 재차 거절하자, "악어는 친근한 동물이야, 봐, 웃고 있잖아"라는 말도 안되는 소리까지 하다가 먹히지 않자 전략을 바꿔본다.

오리를 계속 우리에 가둬두는 게 더 잔인한 거라며, 이런 야생세계에선 누군가는 살아남고 누군가는 그러지 못하는 것이고, 오리가 죽는다고 그게 우리가 실제로, 물리적으로, 개인적으로 그 오리를 죽이는 건 아니라고, 우린 오릴 건드리지도 않고 그냥 저 사람한테 25위안을 건네줄 뿐이고, 그건 오리의 자유를 위한 작은 댓가일 뿐이라고 우겨본다.

제자가 다시금 오리의 날개가 부러져 있음을 지적하자, 어쨌거나 오리는 수영하거나 걸을 수 있지 않겠냐며, 사실 오리들은 원할 때 굉장히 빨리 걸을 수 있고, 또 누가 알겠어, 사실은 날개가 제대로 부러지지 않아서 날아서 옆의 신발 공장까지 도망갈지도 모르지 않냐고, 우리가 시도해보기 전엔 알 수가 없다고 항변한다.

나중엔 사실 악어가 굉장히 희귀하며, 실제적으로 위험에 처해있어 먹이를 주지 않으면 죽을지도 모른다고 하자, 제자는 저 악어는 그렇게 금방 굶주릴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며,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을 지적했다. 악어는 폭발할 것처럼 뚱뚱해서, 마지막에서 두번째 오리도 거의 먹지도 않고 조각 조각 뜯기만 하는 중이었다.

결국 아주 빈약한 도덕성 주장으로, 우리가 악어에게 오리를 던지지 않는다면 다른 누군가가 그럴 것이고 우리는 더 나을 것도 더 나쁠 것도 없는 보통 사람으로, 그냥 작은 연못에서 악어들과 날개 부러진 오리 한마리의 사투를 즐길 수 있지 않겠냐며, 오리 한 마리가 뭐 중요하냐고, 왜 이 오리만 다른 오리들과 다른 대접을 받아야 하냐고 마지막으로 설득해보았지만, 제자는 꿈쩍도 하지 않아 그냥 오리를 두고 떠날 수 밖에 없었다고 이야기한다.

******************

(p. 90~91)

 

늘 이런 식은 아닌데, 이런 것도 좋을 정도로, 책이 매력적이란 이야기다;;

 

 

 

3.

제목은 Oracle bones이고, 은나라 문명 발굴지가 계속해서 등장하지만, 대체로, 위구르 족 친구 이야기나, 리버타운 시절의 제자들 이야기, 여행 다닌 이야기 등의 현대 중국 이야기가 주를 이뤄서, 제목이 어떤 의미에서 제목인가 했었는데, 중반 이후에 제목과 연관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Chen Mengjia라는 갑골문자 및 고고학(?)에 조예가 깊은 어느 학자의 인생 이야기를 파헤쳐나가면서, 헤슬러가 마주친 것은 Chen Mengjia(陳夢家)의 이야기만이 아니었다.

헤슬러는, 중국 문자, 한자에 대한 것까지 파고들어, 근대 중국이 표어(語)문자에서 표음(音)문자로의 변화를 추구했던 것, 그것이 좌절되고 대체되어 간자체로 넘어가게 되는 배경까지 이야기를 전개시킨다.

 

이때쯤에야 뒷북의 대가는 무릎을 치게 되는 것이다.

아, 이래서 Oracle Bones가 제목이 된 거였구나, 헤슬러가 Orcle Bones에서 이야기를 시작하고 싶었던 것은, 세계에 몇 없는 이 유래없이 아름답고 불편한 한자가 아직도 살아남은 것에 대한 것이었구나, 역시 간자체는 왜 쓰는지 이해를 못하는 것은 내가 이상한 게 아니었구나, 하고.

 

 

 

4.

어떤 문장들은, 이렇게 재밌게 읽히고, 어떤 문장들은 지루한지, 그 차이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헤슬러의 문장이 내게는 몹시 매력적이라는 것만은 확실하다.

헤슬러의 중국3부작 중 이제 한 권 남은 것이 몹시 아쉬울 따름이다.

Posted by 구이으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