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일기'에 해당되는 글 156건

  1. 2024.06.25 와... 2
  2. 2024.06.22 괴이쩍다
  3. 2024.06.10 세포의 노래
  4. 2024.05.11 와...
  5. 2024.05.07 삼체
  6. 2024.05.06 메모
  7. 2024.04.29 지구를 구할 여자들
  8. 2024.04.25 안읽힌다
  9. 2024.04.22 케인스 하이에크
  10. 2024.04.11 황금의 샘 2
  11. 2024.04.02 관대한가
  12. 2024.04.01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3
  13. 2024.03.17 흐르는 것들의 과학
  14. 2024.02.27 황금의 샘 1
  15. 2024.02.14 유전자의 내밀한 역사

와... 2

책일기 2024. 6. 25. 20:48

찰스 디킨스를 극찬한 책 덕분에 마술사 이름과 같네 정도의 정보만 있던 책을 읽는데,
열살도 안된 소년이 하는 고생이 너무 고통스러워 이 책이 언제 끝나나 계속 보다가,
드디어,
90%
아직도 이상해.
93%
여전히 끝 느낌이 아니야.
아니 98%이면 이제 진짜 끝인데 얜 왜 아직도 어리석은 소년 마냥 구는거지? 하고 갸웃거리다 발견했다.
책 제목 오른쪽 끝에 우뚝 서 있는 숫자 1을.

아.
2권3권으로 나뉜 책인 걸 1권 98% 읽고 알아챘다니.
나 정말 좀 너무 굉장하다.

(심지어, 어쩌겠나 더 사야지 하고 찾다가 2권 짜리도 아니고 3권짜리라는 걸 발견.
이 어리고 순진해서 속기 잘하고 초년 고생 극심한 코퍼필드 군의 고생이 앞으로 2배나 남았다니, 괴롭다...
하지만 분명 올리버군처럼 해피엔딩일 거라고 믿고,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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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이쩍다

책일기 2024. 6. 22. 11:22

소설의 문제점은...
한 권 읽고 나면 또 다른 소설이 읽고 싶어진다는 점... 인가?

오랜만에 마르께스의 소설을 읽느라 다른 책이나 게임할 시간이 없었다.
주인공은 생각보다 순수하지도 매력적이지 않을 뿐더러, 역겹기도 하거니와, 비윤리적이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읽게 된다는 점이, 마르께스의 힘일지도.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이상하지만 매력적이다, 괴이쩍으나 멈출 수 없다,
라고 할 수 있겠다.


"언어란 무언가를 팔려고 할 때는 알아야만 하죠. 하지만 무언가를 살 때는 모든 사람이 당신을 이해해야 하는 법이에요."
- 1권 94%


평소 내 주장과 동일하다. 쇼핑 외국어는 세상 가장 쉬운 언어다, 라는.


그러면서 그는 사랑에 대해 배워야 할 유일한 것을 가르쳐주었다. 인생이란 누구도 가르쳐 줄 수 없는 것이란 사실이었다.
- 2권 7%


그들은 살아온 세월을 기준으로 나이를 헤아리는 것이 아니라, 죽을 날이 얼마나 남았는가를 세는 별종이었다.
- 2권 46%

Posted by 구이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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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의 노래

책일기 2024. 6. 10.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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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의 노래 | 싯다르타 무케르지 - 교보문고

세포의 노래 | 퓰리처 상 수상 저자이자 암 전문의 싯다르타 무케르지의 신작 생명의 기본 단위인 세포의 관점에서 바라본 인간 존재의 의미 세포의 생리와 병리가 곧 우리의 생명이자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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꾹 참고 책을 읽는 재능이 있다고 한 말도 있고,
너무 좋아하는 작가라고 한 말도 있어서,
정말 꾸욱 참고 300쪽까지 읽었다.

그 뒤로는 조금 나아지긴 했는데, 너무 좋아하며 읽었던 작가의 세번째 책이 이 정도까지 진도가 안나가다니,
갸웃거리며 이유를 생각해 봤다.

1. 번역자가 바뀌었나? - 아님. 세권 모두 같은 번역자.
2. 소설 서너권 읽는 동안 비소설이 안읽히게 되었나? - 약간은 그럴 수도.
3. 작가의 사진 보고 놀랬나? - 그럴 수도. 조선배에게 추천했다가 모르는 게 좋았을 사진을 보고 말았다,
꽤나 감상적이고, 약간의 우울함이 깃든 문체에서 간디 풍의 이미지를 갖고 있었는데, 발리우드 풍의 사진을 보고 놀랐다.
4. 책의 구성 때문인가?- 아마도 이것 때문인 게 제일 클 것 같다.
암의 역사나 유전자의 역사나 앞선 두 권의 책이 역사의 흐름으로 써진 것에 반해, 이번 책은 세포의 단위에서, 기관으로, 특성별로 이야기가 펼쳐지다보니 읽다가 나는 뭘 읽고 있는 걸까, 세포학 개론인가?하는 생각이 절로 들어서, 정말 진도가 안나갔다.

결국 알아두면 다 좋은 지식들이지만, 내가 굳이 저것까지 싶기도 했고, 지금 읽었다고 나중에 들으면 기억이나 할까 싶기도 했고.
마지막의 두 챕터 정도가 와 닿았는데, 생명의 음악에서 데니스 노블이 말했던 것처럼, 우리가 세포단위를 이해하게 된다고 사람을 이해하고 고칠 수 있느냐, 하는 질문을 무케르지도 똑같이 하고 있다. 어떤 유전체의 돌연변이가 백혈병을 일으켰는지, 아니 정확하게는 앓고 있는 백혈병에서 어떤 돌연변이가 관찰되는지를 안다고 해서, 금방 고칠 수 있을 것 같았던 병은 아직도 치료법이 명확하지 않다.  세포가 공통의 프로그램으로만 움직이는 독립적이고 일반적인 것이 아니라, 주변의 환경이나 이웃 세포들과의 상호 연관에서 읽혀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챕터의 제목이 세포의 노래이다. (목차 따위 읽지 않고 끝까지 책을 읽어버리는 사람이 겪는 문제 2: 책 제목이 왜 이것인지를 책 다 읽고 깨달음)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보라는 이야기, 세포가 아니라 세포가 부르는 노래, 주변에게 들려주기 위한, 상호 연결성과 협력성을 이해해야 한다는 이야기, 그래서 제목에는 알기 쉬운 세포학 개론 같은 게 아니라, '노래'라는 말이 들어가야 했던 것이다.
(책 제목을 보면서, 노블은 생명의 음악을, 무케르지는 세포의 노래를 이야기하는 게 신기하게 닮았다 했는데, 메시지도 연결이 된다)

다음 책은 좀 완전 다른 장르로 넘어가야겠다. 제멜베이스의 업적을 외우다 못해 그의 이름조차 외울 지경이다.
(소설 몇 권 읽었더니, 자꾸 읽고 싶은 소설이 많아지긴 해서 문제지만, 하고 싶은 일은 없지만 읽고 싶은 책은 아직 꽤 있어서.)


나는 현미경을 켰다. 방은 아주 침침했기 때문에 커튼을 내릴 필요도 없었다. 옥스퍼드는 늘 어둑했다. (구름없는 이탈리아가 망원경을 위한 땅이라면, 안개 자욱한 영국은 현미경에 딱 맞는 장소인 듯 했다.)
- 34쪽

사회가 점점 인종차별적이고 반유대적인 분위기에 휩싸이고 있을 때, 피르호는 시민 사이의 평등을 열렬하게 주장했다. 질병은 모두를 평등하게 했다. 의학은 차별하도록 되어 있지 않았다.
- 80쪽



세관원이 내게 소액의 사례금을 요구했을 때 나는 그를 껴안고 싶었다. 드디어 고국에 왔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 350쪽


가만히 있기. 아마 우리의 자질들 가운데 가장 저평가되는 것이 아닐까. 항상성의 네 지킴이(간, 췌장, 뇌, 콩팥은 항상성을 조절하는 네 가지 주요 기관)는 날개와 꽁지깃의 체계처럼 바람의 방향 변화에 맞추어 조금씩 조정하면서 생물이 제자리를 지키도록 한다. 이 체계들이 성공적으로 유지될 때, 고정성이 있다. 생명이 있다. 이 체계들이 고장날 때, 섬세한 균형도 무너진다. 물수리는 더 이상 한 자리에 머물러 있지 못한다.
- 417쪽

나는 늘 머물러 있는 것만 하는 것 같았는데, 그것도 벅차더라니. 가만히 있기는 힘든 일이 맞았다.


(유전체)서열 분석은 유혹적이다. 그런데 그것은 데이터이지, 지식이 아니다. 그렇다면 "진정으로 임상적으로 유용한 정보"는 어디에 있을까? 나는 암세포가 지닌 돌연변이와 세포 자신의 정체성이 교차하는 지점 어딘가에 있다고 믿는다. 바로 맥락이다. 세포가 어떤 종류인지. 세포가 살아가고 성장하는 곳이 어디인지. 배아의 기원과 발생 경로는 어떠한지. 세포에 독특한 정체성을 부여하는 인자들은 무엇인지. 세포를 유지하는 영양소들. 세포가 의지하는 이웃 세포들에게도 달려 있다.
- 477쪽


다양한 식물 종을 하나하나 식별할 수 있는 젊은이는 낙심한다.
"이 식물들의 이름을 다 배웠어요. 하지만 식물들의 노래는 아직 배우지 못했어요."
많은 독자들이 노래라는 단어를 비유로 여길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가 읽은 바로는 결코 비유가 아니다. 그 젊은이의 한탄은 우림 거주자들의 상호 연결성, 즉 생태와 상호 의존성을 배우지 못했다는 것이다. 숲이 어떻게 전체로서 행동하고 살아가는지를 말이다. "노래"는 내부 메시지-흥얼거림-이자 외부 메시지일 수 있다.

- 482쪽


Posted by 구이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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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책일기 2024. 5. 11. 22:17

좀 이상하다 했어. 이렇게까지 등장인물들에 대한 사전 설명없이 그냥 들어가는 게.
한동안 소설 안읽는 동안에 소설 이렇게들 쓰나했는데.
64쪽까지 읽고 도저히. 이건 좀 이상한데 하고 멍하니 표지를 보다가 발견한. 음? 이 2라는 숫자는 뭐지?
하고 목차를 보다가 으음? 4부터 시작하네 목차가?

그리고 설마 하고 서점을 다시 검색해보고 알았다.
두 권 세트였고 내가 덥석 2권부터 샀는데 심지어 2권을 64쪽까지 읽었는데 재밌어하기까지 하는 중인 걸.

어쩔 거야. 1권은 새벽배송도 안해주고.

Posted by 구이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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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체

책일기 2024. 5. 7.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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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체 세트 | 류츠신 - 교보문고

삼체 세트 | 무한한 우주는 여전히 신화로 가득 차 있다 아시아 최초 휴고상 수상 류츠신 『삼체』 1~3부 개정본 세트 출간◆ 2024년 3월 21일, 넷플릭스 8부작 방영! ◆ 〈왕좌의 게임〉 제작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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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의 드라마 추천을 잘해주는 MK가 오랜만에 볼만하다고 두번이나 언급해주길래 드라마를 시작했다가 8편을 다보고는 버럭 하고 바로 이북을 질렀다.
이토록 다음 시즌이 궁금해지는 결말은 처음...은 아니지만 원작이 있는 걸로는 맞을지도.

살짝 SF매니아지만 하드SF는 그닥 좋아하지 않는 내게, 원작은 반 정도는 지루함과 어려움을 참아내는 시간을 주었지만, 그러다가 어느 순간 작가가 이 이야길 하려고 그 지루하고 어려운 이야기를 했구나 하고 놀라운 스토리로 이야기를 풀어내준다.

1권만 읽고선 드라마가 각색을 참 잘했네, 인물도 매력적으로 뽑았고, 라고 생각했는데, 2권을 읽고 다시 3권의 계단 프로젝트 부분까지 가서는 원작자가 참 이야기꾼이었네,로 감상이 바뀌게 된다. (물론 영드로 각색도 잘한 거 같다, 시즌1까지는)

문명으로 가득찬 암흑의 숲과 같은 우주의 개념도 그럴 듯하고, 태양계에 큰 의미 없이 종이쪽지 하나 던져서 지구 문명의 종말을 가져오는 장면도 크고 긴 우주의 공간과 역사에 잘 어울렸다.

생각할 수록, 방대한 이야기이다 보니, 이것저것 두서없이 생각이 난다.(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

1. 400년 후의 적을 대비하기 위해 인류가 똘똘 뭉쳐 맞서는 준비를 한다고? 당장 10년 20년 코 앞에 벌어질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은 먹고 사느라 바빠 안하는데, 그게 지금은 눈에 보이지 않는 외계인이라는 적의 형태로 있다고 그게 된다니, 정말? 이라는 생각이 1권에서는 제일 많이 났다.
(2권부터는 그냥 그렇다고 치자, 하고 넘어갔다)

2. 강한 전사는 뤄지나 웨이드 같은 늙은이들이고, 모성애 가득해서 인류와 우주의 운명을 말아먹을 의사결정은 아직 젊은 청신이 하게 하다니, 성차별인가, 하는 생각도 살짝 하게 된다.

3. 시간의 단위가, 태양계의 역사가 수십억년, 광속이 0이 되는 곳에서 창신이 보낸 세월이 1,800만년 정도 되다보면, 인류의 문명 5천년 정도는 헤아릴 필요가 있나 싶은 찰나가 되고, 오랜만이라는 뜻으로 종종 쓰는 백만년만에, 라는 말은 말이 되지 않는구나, 하는 겸손함도 생기게 된다.

4. 윈톈밍의 뇌에 대해서도 계속 생각하게 된다.



유일하게 막을 수 없는 것은 시간이다. 시간은 서슬퍼런 칼날처럼 단단한 것이든 무른 것이든 소리없이 베어버리고 묵묵히 앞으로 나아간다. 그 무엇도 시간의 발걸음을 흔들 수 없지만 시간은 그 무엇도 다 바꾸어놓는다.
- 2권 60%

내가 너희를 멸망시키는 것이 너희와 무슨 상관이겠는가
- 2권 85%

과거는 그의 손안의 한 줌 모래처럼 꽉 쥐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손가락 사이로 우수수 흘러내리는 것이다.
- 2권 93%

반쪽 영혼으로 사는 건 별일 아니었다. 망각와 적응에 능하기만 하면 반쪽으로 살아도 평온하게, 심지어 행복하게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둘을 합쳐야 온전한 하나의 영혼이 된다.
- 3권 5%


낯설고 냉랭했던 세상이 갑자기 화사하고 따뜻한 햇빛으로 가득찼다. 처음에는 그 햇빛이 어디에서 오는지 알 수 없었다. 구름에 가려진 태양이 내뿜는 빛은 은은한 달빛처럼 원반의 형태밖에 만들 수 없지만, 빛이 사라지면 사람들은 낮을 환하게 밝히는 빛이 모두 태양에서 나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윈톈밍의 태양은 긴 국경절 연휴가 다가오면서 사라졌다.
- 3권 8%

만약 묘비가 있다면 이렇게 쓰고 싶었다.
'왔노라. 사랑했노라. 그녀에게 별을 선물했노라. 그리고 떠났노라.'
- 3권 9%

"우주도 넓지만 인생은 더 넓어. 언젠가는 꼭 다시 만날 거야."
- 3권 49%
"제가 말했잖아요. 우주도 넓지만 인생은 더 넓으니까 인연이 있다면 언젠가 다시 만날 거라고."
- 3권 97%


블랙홀의 경계를 '사건의 지평선'이라고 한다. 블랙홀 외부의 물질이나 방사선은 사건의 지평선을 뚫고 블랙홀 내부로 들어갈 수 있지만 블랙홀 내부의 물질이나 방사선은 절대로 사건의 지평선을 뚫고 나올 수 없기 때문에 이를 단향성 막이라고도 부른다. 사건의 지평선은 물질면이 아니며, 물리적인 관점에서 볼 때 외부 관찰자가 그 범위 내의 총 질량, 총 전하량 등 기본적인 매개변수 외에는 아무것도 알 수 없는 것을 의미한다.
- 3권 61%


물고기는 통발에 들어갈 수는 있지만 나올 수는 없고, 통발을 꺼내보기 전에는 물고기가 얼마나 들었는지 알 수 없다, 라는 이야기는 아니겠지.... 메타포를 경계해야 한다고 the music of life에서 노블 옹이 강조하셨는데...(내가 그냥 비유와 메타포를 구분 못하는 걸지도)



"이걸 보면 모든 역사의 단면에서 놓쳐버린 수많은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거야."
청신이 나지막이 말했다.
"인생처럼요."
뤄지가 고개를 저었다.
"음. 아냐. 적어도 내 인생은 그렇지 않아. 난 아무것도 놓치지 않았어."
그가 자상한 눈빛으로 청신을 보았다.
"얘야, 네가 많은 걸 놓쳤다고 생각하니? 그럼 앞으로 다시는 놓지지 말거라."
- 3권 83%


사랑은 잘못이 아니에요. 누구도 한 세계를 멸망시킬 순 없어요. 이 세계가 멸망한다면 그건 살아있는 사람과 이미 죽은 사람 모두가 함께 노력한 결과에요.
- 3권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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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

책일기 2024. 5. 6. 19:26


아주 오래된 수첩들이 몇 권 남아있는데,
그 중 한권에는 책에서 발췌해둔 메모들이 책 제목도 없이 날짜도 없이 쓰여있다.
대충 다른 건 만화나 소설, 작가가 짐작이 가는데,
아래글은 당최 어느 책에서 베껴놓은 건지 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혹시 이런 걸로 책 찾는 법 아는 분 계시려나.






* 그때 나는 태양 아래 저질러지는 모든 압박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여기 억압받는 자들과 위안해줄 자 전혀없는 이들의 눈물이 있다."
그리고 힘은 그들을 억압하는 자들 곁에 있다.
"그들에게는 위안자가 전혀 없다"
그러기에 나는 아직 목숨이 붙어있는 산자들보다, 이미 죽은 자들을 더 존중하는 것이다.

* 현자의 기억도 지각없는 자의 기억과 마찬가지로 영원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것은 앞으로 다가올 날들에 이미 잊혀질 것이기 때문이다.
"왜 현자는, 몰지각한 자와 똑같이, 죽는 것일까?"

* 그러기에 나는 이 생을 증오했다.
태양 아래 이루어진 일들이 내게 불쾌했기 때문이다.

* 그는 헛되이 왔다가 헛되이 어둠 속으로 갈 것이며, 그의 이름은 어둠으로 덮일 것이다.

* 또한 내게는 밤에도 휴식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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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구할 여자들 | 카트리네 마르살 - 교보문고

지구를 구할 여자들 | 바퀴 달린 가방에서 전기차와 AI까지 편견과 차별은 어떻게 혁신을 가로막는가여행 가방에 바퀴를 다는 데 왜 5000년이나 걸렸을까? 전기차가 이미 100년 전에 유행했다고?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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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받지 못한 여성 과학자들의 이야기겠거니 하고 짐작만으로 샀는데,
책의 부제에서 눈여겨 봤어야 했던 건 '과학기술사'가 아니라 '페미니스트'였다...

바퀴달린 여행가방 이야기, 20세기 초의 전기차, 우주복을 처음 만든 속옷회사, 블릿첼리까지 읽으면서는,
내가 모르는 이야기 좀 해줄래, 이 책을 계속 읽을 수 있게, 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 뒤로 이어지는 아이나 비팔크의 보조기, 고래사냥과 벤처캐피탈, 벤처캐피탈이 투자하는 회사의 여성 경영진 비율 등은 처음 듣는 이야기였고,
여기서부터는 꽤 흥미롭게 읽을 수는 있었다.
다만, 기대했던 흥미로운, 내가 몰랐던, 내게 새로운 '과학기술'사라기 보다는, 페미니스트 '관점'에서 중세마녀의 특징, 기후 위기에 대처하는 법, 등 '관점'을 새롭게 '과학기술사'를 볼 수 있다는 점이 더 신선했다는 쪽이 맞겠다.
가볍게 후루룩 읽어보기엔 나쁘지 않지만, 관점을 바꾸는 데는 시간이, 더 많은 이야기를 들을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고, 더 다양한 이야기를 들은 후에야 판단내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의 관점에 많이 동의하긴 어렵다, 라는 이야기...)

다음 책은 나온 줄 몰랐던 무케르지의 세번째 책!!
아침부터, 내일부턴 이걸 읽어야지 하고, 가방에 넣으면서부터 설레었다.
요즘 나를 설레게 하는 건 너무너무 어려운 일인데, 무케르지가 그 어려운 걸 해낸다.

+
삼체 드라마를 보고, 삼체 원작으로 넘어가버렸다....
무케르지의 새 책은 담주에나 시작 가능할 듯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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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읽힌다

책일기 2024. 4. 25. 09:03

산문집 형태의 책 읽는 걸 싫어한다.
어려서는 이어지는 스토리가 없어서 싫었고,
지금은 긴 호흡의 지식이나 생각의 흐름이 아닌 게 싫다.
읽는 속도가 느려 긴 시간을 들여 오랫동안 책을 읽는 내게, 산문집은 글마다 휙휙 달라지는 주제에 적응하기 위해 토막토막 독서를 중단시키는, 즐겁지 않은 경험을 주는 책 유형이다.

윤선배가, 니가 추천한 에피톤프로젝트 노래 제목이 여기서 온 걸 몰랐냐고 해서 읽기 시작한 책은 꽤 흥미롭긴 했으나, 중반을 넘어서면서는 통 읽히질 않는다.
피곤해서인가, 여러가지 신경쓸 일이 많아서인가 생각했는데,
아침에 가볍게 읽히려나 해서 사뒀던 책은 재밌게 휙휙 읽히는 걸 보니, 역시 책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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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스 하이에크

책일기 2024. 4. 22.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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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스 하이에크 | 니컬러스 웝숏 - 교보문고

케인스 하이에크 | 두 거장의 치열한 대립 속에 경제학의 지형이 한눈에 펼쳐진다!세계경제와 정치 지형을 바꾼 세기의 대격돌『케인스 하이에크』.《타임스》창간 편집인이자《뉴욕 선》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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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바위보를 이겨주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안타깝게도 하이에크는 끝내 매력 발휘에 실패하고 말았다.

결국 우리는 운명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해도, 나는 발버둥치는 인간이 좋고,
그 운명을 읽어낼 수 있는 것도 멋지지만, 병의 원인을 알고 이해하는 데서 그치자고 유전자를 연구하는 게 아닌 것처럼,
실패하고 좌절하더라도 뭘 할 수 있느냐를 알아내려고 버둥대보긴 하는 쪽이 더 좋아서,
(못생겼지만) 압도적인 외모(큰 키와 움푹하게 들어간 훈훈한 느낌의 밤색 눈동자)와 감미로운 목소리로 남녀를 다 그의 매력에 빠지게 만들었다는 케인스 쪽이 읽을수록 더 취향이라,
"나는 발전을 향한 새로운 생각을 제시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이 선택한 길에 어떠한 장애물이 있는지 지적하는 일을 더 많이 했던 것 같다"는 자기 고백은 할 줄 아는 이 오스트리아인에게도 관심을 가져봤지만....
자유지상주의자였네, 외엔 딱히 인상깊지가 않다.
작은 정부, 시장의 확대만으로 이루어진 문제점들이 너무 많아진 세상에서, 그게 하이에크가 못내 부족하다고 했던,
하이에크 추종자들이 제대로 경쟁 시장을 만드는 데 실패한 탓이라고 하더라도,
그렇다면 현실에서 정말로 하이에크가 생각했던 경쟁 시장이 가능한 것이냐, 라는 것은, 특히 투자규모가 아주 큰 공공시설 같은 것에서,
쉽지 않다는 결론이 나지 않을까 싶다.


+
아무리 생각해도 프리드먼까지 읽어야 정리가 좀 될 것 같다.




케인스는 '강제 저축'이론에 대한 하이에크의 설명을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영국인들이 혹독한 비판의 어감을 담아 쓰는 '흥미롭다 '는 말로 묘사했다.
- 281쪽

처칠은 전쟁 때 자신의 영도력을 인정한 사람들이 감사의 뜻으로 그를 계속 지지하는 게 두려운 모양이다. 유권자들에게 그토록 철저한 환멸을 안겨 준 그에게 감사의 뜻을 표한다.
- 369쪽

트루먼은 언젠가 팔이 하나만 달린 경제학자를 만났으면 좋겠다고 농담한 적이 있다. "한편으로는  이렇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on the other hand 저렇다"식의 경제학자의 말을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뜻이었다.
- 4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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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의 샘 2

책일기 2024. 4. 11.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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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의 샘 2 | 대니얼 예긴 - 교보문고

황금의 샘 2 | 검은 황금이 만들어낸 세계 정치, 경제사의 흐름과 부와 권력의 실체를 만난다!퓰리처상 수상작 『황금의 샘 세트』. 석유를 통해 20세기와 21세기의 정치, 경제적 사건들을 때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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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건 진짜 너무 재밌었다.
물론 누가 이십년 전의 내게 권했다한들 그때 읽진 않았겠지만, 그래도 좀 더 일찍 읽지 못한 게 괜히 아쉽고 억울할 지경이다.

초판은 1990년에 나왔다고 하니 무려 30년이 훌쩍 넘은 건데 뒷 이야기들도 일부 추가되고 해서 나도 살짝 알고 겪은 일들이 조금 다뤄지긴 한다.

여튼. 이건 정말 재밌으니, 특히 2권이 더, 그냥 읽어들 보시길.






쿠웨이트 석유회사 지분 절반을 소유했던 걸프는 생산된 석유 판매를 위해 로얄더치 쉘과 장기 계약을 체결했고, 길고 불확실한 기간 동안 고정가격을 정할 수 없어,
'네트 백 가격'이라고 하는 혁신적 방안을 내놓았다. '최종 판매가격'에서 모든 부대비용을 공제하고 산출된 이윤을 반분하는 것이었다.
- 61쪽


이 netback pricing은 현재도 꽤 활용되는 방식인데, 이걸 처음 고안한 것이 걸프와 쉘이 1950년대 쿠웨이트산 원유 판매를 위해서였다는 것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이란의 수상인 모사데그는 앵글로-이란의 이권을 국유화한 후 중재를 위해 방문한 미국의 갑부 해리만을 만나 영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으며 말했다.
"당신들은 영국인들이 얼마나 교묘한지, 얼마나 사악한지 모르오. 그들이 손에 닿는 모든 것을 더럽히고 있다는 사실도 모르오."
회의가 끝날 즈음에 모사데그는 자신의 사랑스러운 손자가 학교에 가기 위해 해외로 떠났다고 말했다.
"어디로 갔습니까물"라고 해리만이 묻자, "물론 영국이죠. 더 좋은 곳은 없으니까요."라고 모사데그가 대답했다.
- 121쪽



(영국 총리)이든의 수석비서는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 이렇게 밝혔다. '(미국 국무장관) 덜레스의 말이 너무 느려 이든은 그의 얘기를 듣고 싶어하지 않았다. 반면 이든은 우회적이고 애매한 표현들을 많이 써서, 변호사 출신인 덜레스가 정확하게 이해할 수 없었다.'
- 157쪽

일본은 1973년의 석유공황으로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일본 정부를 뒤흔들었던 격렬한 '쌀 폭동'을 연상시키는 생필품 파동이 시작되었다.
가정주부들은 세제나 화장지를 비축하는 데 혈안이 되었다. 어떤 주부는 2년분을 비축하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석유 부족이 화장지 부족 현상을 일으켰다.
정부의 통제가 없었다면 화장지 가격은 석유 가격처럼 4배 가까이 올랐을 것이다.
-376쪽

코로나 사태에도 화장지 사재기가  신기했는데, 화장지 사재기는 유래가 아주 깊은(최소 50년), 국가를 넘어서는, 위기에 대응하는 기본 자세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1974년 말, IEA는 숲이 많은 파리 16번 구역의 OECD 별관에 자리 잡았다. 주요 산업국가 중 유일하게 가입을 거부한 나라는 프랑스였다. 낡은 사상을 신봉하는 조베르 프랑스 외무장관은 IEA가 '전쟁의 도구'일 뿐이라고 말했다.
-397쪽

프랑스는 (1973년 석유 파동 후) 에너지 절약에 대한 국가 정책을 개발하고 시행하는 데 매우 적극적이었다. 절약 감시관이 은행, 백화점, 사무실 등에 파견되어 특수 온도계로 실내 온도를 측정했다. 실내 온도가 공식 허용된 섭씨 20도를 초과하면 건물 관리자에게 벌금을 부과했다.
그리고 가장 충격적인 에너지 절약 정책은 에너지 소비를 부추기는 광고를 전면 금지한 것이다. .... 토탈은 마침내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아름다운 그림이 그려진 광고판을 프랑스 농촌에 세우기 시작한 것이다. 광고판에는 '이것이 프랑스'라는 간단한 문구와 함께 '토탈'이라는 회사명이 쓰여 있었다. 그런데 이 광고도 금지당했다. 어이없어 하던 토탈이 그 이유를 물었다. 장 시로타 에너지절약국장은 "이 광고를 접한 소비자들은 '석유회사들이 광고에 엄청난 돈을 쓰는 것을 보면 부자임에 틀림없어. 에너지에는 아무 문제도 없는 거야. 그러니 에너지를 좀 낭비해도 괜찮아'라고 생각할 수 있다"라고 답변했다.
-437~438쪽

프랑스 덕에 두 번 크게 웃은 후에, 프랑스도 유머에 일가견이 있는 걸 장 자끄 상페가 그림을 그린 꼬마 니꼴라 시리즈 이후 오랜만에 상기했다.


(미국 카터 정부의 에너지 장관을 맡은 슐레진저는 에너지 관련 정책 토론을 계속하다가,) 모든 에너지 문제 중에 가장 이론의 여지가 많고 다루기 어려운 천연가스 가격을 정부가 통제할 것인지 아니면 시장이 결정하게 할 것인지를 둘러싼, 수십 년 묵은 정치적이며 소모적인 논쟁의 한가운데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슐레진저는 천연가스에 관한 상하원 합동회의의 진행 과정을 살펴보기 위해 그 자리에 참석했다. 그는 "나는 이제 지옥이 무엇인지 안다. 지옥은 끝없이 열리는 천연가스에 관한 회의다"라고 토로할 정도가 되었다.
- 450쪽


석유회사들은 전혀 다른 사업으로 다각화를 시작했다. 모빌은 몽고메리 백화점을 사들였고, 엑슨은 사무 자동화, 아르코는 구리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걸프가 링링 브라더스와 배넘 앤 베일리 서커스를 낙찰받은 것만큼 떠들썩한 소동과 조롱거리는 없었다.
- 452쪽

현대로 가까워지며 책이 자꾸 코믹해지고 있다.


1975년 북해에서의 유전 개발에 고무된 당시 영국 총리 윌슨은 20년 전의 총리였던 이든을 놀라게 할 만한 야망을 고백했는데, 신흥 산유국의 지도자로서 1980년 OPEC 의장이 되는 것이었다.
- 460쪽

프랑스 유머에 질까 봐서, 영국은 무려 총리께서 직접 나서, 폭소를 터뜨리게 해주었다.

Posted by 구이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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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대한가

책일기 2024. 4. 2. 18:31

오랜만에 윤선배가 한가하다고 불러 갔더니 요즘 뭐 읽고 있는지 취조를 시작했다.

최근 읽은 책들을 읊기 시작했더니,
"넌 정말 관대하구나"
라고 말했다.
"도대체 안읽는 텍스트가 뭐니?"
"보고서? 업무관련 자료?"

텍스트라는 것만으로 아무거나 다 읽는구나, 라는 말에....

그렇지 않다, 꽤 까다롭게, 문장이 재밌지 않으면 내치면서 읽는다, 라고 항변했으나,
읊는 목록이 길어지자 관대하다는 평은 떼어내기가 쉽지 않았다...


읊는 것들을 하나 하나 무슨 책인가, 저자는 뭐하는 사람인가까지 확인하면서 장바구니에 담고서,
한동안 살 게 생겼다며 뿌듯해하길래, 내 장바구니에도 기여하라고 했더니,
이래서 나랑 윤선배가 여기까지만 친하지, 싶은 책들만 읊어댄다.
(주로 어디 대학가 서점에서 80년대부터 불법으로 번역본이 굴러다니지 않았을까 싶은 사변적인 책들이 반...)
(안 읽을 게 분명한 소설책들은 아예 장바구니에 담지도 않았다...)

관대한 쪽은 저보다 선배잖아요, 라고 해주고 오는 걸 까먹었다.

Posted by 구이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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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 매슈 워커 - 교보문고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 인생의 3분의 1을 완벽하게 활용하는 법세계적인 신경 과학자이자 수면 전문가인 매슈 워커의 첫 번째 저서인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수면은 우리의 삶,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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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만 더 하고서 서문을 마치기로 하자. 일종의 포기 선언인데, 다른 대부분의 저자들과 달리 나는 독자가 이 책을 읽다가 졸음이 와서 잠에 빠져든다고 해도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 이 책의 주제와 내용을 고려할 때, 나는 독자가 그런 행동을 하기를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바다.
- 24쪽



서문이 이렇게 귀엽게 시작하면, 우선 호감을 갖고 읽지 않을 수가 없다.
나도, 잘 자는 게 너무 중요한 사람인데, 저자는 나보다 백배는 더 중요성을 강조한다. 읽다보면 세상의 모든 나쁜 일과 불행(체르노빌조차)이 다 잠을 덜 잔 탓으로 일어났다.
재밌는 문장과 표현과 소개가 다 많지만 문장은 어렵지 않아서 비록 500쪽은 되지만(본문은 492쪽 밖에) 그래도 이게 왜 꼬박 2주나 걸려 읽은 책인지는 갸웃하게 된다. 어쩐지 역자가 재주가 너무 좋은 분이라 어려운 글을 쉬운 문장으로 옮겨낸 건가 하는 의심을 하는 중이다.

우선 저자가 소개한 오디오북부터 하나 듣고 독서를 시작하시길 권한다.

https://youtu.be/teIbh8hFQos?si=u_6dyjYnMKDxDdJ5




미국에는 전에 <뒤처지는 아이가 한 명도 없도록 한다>라는 교육 정책이 있었다.
내 동료 메리 카스캐든은 과학적 증거를 토대로, 올바른 새 정책을 제시해 왔다.
<카페인을 필요로 하는 아이가 한명도 없도록 한다.>
- 143쪽


정말로 악의 따위는 손톱만큼도 갖지 않은 채, 나는 그들에게 잠을 아주 적게 잔다고 - 또는 수면의 질이 낮다고 - 설문지에 적은 남성들이
밤잠을 설치지않고 푹 잔다는 남성들보다 정자 수가 29퍼센트 더 적으며, 기형인 정자도 더 많다는 정보도 알려 준다.
이어서 이 잠을 덜 자는 남성들이 푹 자는 남성들보다 고환의 크기도 상당히 더 작다는 말을 으레 덧붙임으로써, 가볍게 한 번 더 타격을 가하면서 끝을 맺는다.
- 260쪽


...악의없음이 너무 선명한...


판정단이 내린 평가는 명확했다. 밤잠을 적게 잔 상태에서 찍은 얼굴이 꼬박 여덟 시간을 잔 뒤에 찍은 얼굴보다 훨씬 더 피곤하고 덜 건강하고 매력도 상당히 덜하다고 평가했다.
순델린은 수면 부족의 진정한 면모를 드러냈을 뿐 아니라, <미인은 잠꾸러기>라는 오래된 개념이 옳음을 입증했다.
- 262쪽


시간이 모든 상처를 치유한다는 말을 흔히 한다. 몇 년 전 나는 이 오래된 지혜를 과학적으로 검증하기로 마음먹었다.
수정하는 것이 나을지 생각하면서다.
아마 모든 상처를 치유하는 것은 시간이 아니라, 꿈꾸는 잠으로 보내는 시간일지 모른다.
- 297쪽


I wish good night for all the wounded minds.


자고서 깨어났는데 말도 못하고 움직일 수도 없는 섬뜩한 상태를 수면 마비 sleep paralysis라고 한다. 본질적으로 당신은 자신의 몸에 일시적으로 갇히게 된다.
건강한 사람은 네 명 중 약 한 명꼴로 수면 마비를 경험한다. 수면 마비가 딸꾹질만큼 흔하다는 소리다. 수면 마비가 일어나는 순간에는 짧게 다른 세상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수면 마비를 겪는 순간에는 섬뜩하면서 방에 어떤 침입자가 와 있는 느낌을 받곤 한다.
- 353쪽


주홍, 가위눌리는 걸 수면마비라고 한대.


이 연구(쥐들이 전면적으로 잠을 못자면 체중이 줄고 체온 조절이 안되고 피부 전체에 궤양이 생겼고 평균 15일을 전혀 못자면 죽는다는 연구결과를 보여준)를 수행한 연구 책임자 앨런 레크트샤펜이 이런 발견들을 발표했더니, 한 유명한 여성 패션지에서 연락을 해왔다. 기자는 전면적인 수면 결핍이 여성의 체중 감소에 좋은 짜릿하면서 새롭고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을지 알고 싶어 했다. 어떻게 그런 용감한 질문을 할 수 있는지 어처구니없어 하면서도, 그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고심했다. 이윽고 그는 쥐의 수면을 완전히 박탈했을 때 체중이 줄었다고 인정했다. 며칠 동안 잠을 아예 못 자게 하면 체중이 줄어드는 것은 맞다. 기자는 원하는 이야기를 듣더니 흥분했다. 하지만 레크트샤펜은 한마디 덧붙였다. 체중이 뚜렷이 감소할 때 피부 상처로 림프액이 흘러나오고, 궤양이 심해져서 발이 썩어 나가고, 노화가 가속된 것처럼 늙고, 재앙 수준으로(그리고 궁극적으로 치명적으로) 장기와 면역계가 망가진다고 말이다. <그 잡지의 독자들이 외모뿐 아니라 더 오래 사는 일에도 관심이 있을까 봐 하는 말입니다.> 그 말에 인터뷰도 흐지부지 되었다.
- 368쪽



(적은 양의 알코올도 수면에 해를 끼친다는 증거가 워낙 확실하므로)
내가 할 만한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조언(물론 그런 조언을 결코 하지 않지만)이 있다면 이런 것이 아닐까? 한잔 마시고 싶다면 아침에 술집에 가도록. 그러면 잠들 무렵에는 몸에서 다 분해되었을 테니까.
- 390쪽


우리는 좋은 지도자는 매일 같이 늘 좋고 나쁜 지도자가 늘 한결 같이 나쁘다고 생각하곤 한다. 안정적인 특징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개인의 지도력은 하루 사이로 극적인 차이를 보이면서 요동치며, 그 차이는 이 지도자와 저 지도자의 평균 차이를 훨씬 초월하는 규모다. 그렇다면 하루마다 달라지는 지도자의 능력 오르내림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그들이 자는 수면 시간이야말로 확실한 한 가지 요인이다.
- 430쪽


몇년전까지는 잠보다 노는데 미련이 많아서, 종종 1시나 2시까지 드라마를 보다가 잠들고는 했었고,
그 무렵 팀과 자신을 위해 세가지 실천약속을 하라는 이야기에 첫번째로 12시 전에 잠들겠다는 것을 들었는데, 완전 맞는 선택이었다는 것을 이렇게 확인하는 날이 온다.


내 생각은 확고해, 사실 따위를 들먹거려서 헷갈리게 하지마 라는 마음 자세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사례인 듯하다.
- 4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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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것들의 과학 | 마크 미오도닉 - 교보문고

흐르는 것들의 과학 | ‘아는 만큼 보인다’ 세상을 보는 눈을 좀 더 넓혀 줄, 유쾌한 과학책『흐르는 것들의 과학』은 ‘비행기의 원료인 등유의 어마어마한 폭발성’, ‘볼펜의 잉크가 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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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300쪽 정도의 책을 읽자니 들고다니기 간편해서 너무 좋았다;

세상에 이런 연구가 왜 있지,라는 건 다 영국애들이 한 거라는 편견에 걸맞는, 몹시 영국스러운 작가가 비행이라는 여정 안에서 만나는 액체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전작인 사소한 것들의 과학도 꽤 흥미롭게 읽었던 것 같은데, 액체에 관한 이야기들도 멋지다. (근데 어째서 가장 멋진 물질로 초기의 비행기, 폭격기들이 모두 합판으로 만든 거였다는 게 젤 기억에 남는 거지;)

물론 화학식도 물질의 변환에 대한 설명도 반도 이해못하고 읽었지만, 그게 딱히 책 읽는데 큰 방해가 되진 않는다.(그래도 페르시아의 오일램프 작동원리는 이해했다면 더 뿌듯했을 텐데ㅜㅜ)
결국 원리는 이해하지 못했어도, 음식의 맛을 지워서 더 먹게 만드는 술의 역할, 파도와 쓰나미, 다양한 접착제와 액정, 커피와 세정제까지 일상에서 접하는 물질들에 대해 한번쯤은 신기해하면서 보게 해준 것은 감사한 책이다.




폭발성 니트로글리세리과 땅콩버터의 분자 구성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 모두 탄소와 수소, 질소 및 산소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중 하나는 액체 폭발물이고, 다른 하나는 그저 맛있기만 하다.
- 12쪽

우리는 사람들이 침을 볼 때 대개 혐오감을 느낀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우리가 누군가에게 성적으로 끌리면 그 혐오감은 가라앉는 것 같다.
- 152쪽


Posted by 구이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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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의 샘 1

책일기 2024. 2. 27.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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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의 샘 1 | 대니얼 예긴 - 교보문고

황금의 샘 1 | 검은 황금이 만들어낸 세계 정치, 경제사의 흐름과 부와 권력의 실체를 만난다!퓰리처상 수상작 『황금의 샘 세트』. 석유를 통해 20세기와 21세기의 정치, 경제적 사건들을 때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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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서문에서, 역자는, 이 책은 석유에 관한 책도, 에너지에 관한 책도 아니라고 강조하는데,
1권만 읽어본 지금, 이 책은 인류의 에너지원으로써의 석유의 역사에 관한 책으로 보인다.

책 뒷장에 소개글들도 다 석유의 역사, 석유산업, 석유의 역할을 들먹이면서 추천하고 있는데, 굳이 아니라고 강조하시는 이유는 모르겠다...

현재에도 존재하거나 조금 이름이 달라져 있지만 유사하게 활약중인 주요 석유관련 회사들의 역사와,
National Oil Company의 시작, 그리고 쉐일이 이미 20세기 초에도 주목받고 있었던 것 등은,
다 매우 흥미롭다.
1권이 석유가 발견된 19세기부터 2차 세계대전까지를 다루고 있고, 이후의 역사도 재밌을 것 같아서 보게 될 것 같다.

Offshore E&P 프로젝트들은 그 규모에서 반할 수 밖에 없어서, - 조그맣고 연약한 인간들이 만든 거대한 다리, 터널, 선박, 해상 구조물들은 경외심을 불러일으킨다 - 언제부터 offshore 채굴이 흔해졌는지도 2권에서 다루지 않을까 기대중인데, 2권을 언제 사서 읽을지는 아직 계획에 없다...





+ 번역이 조금 친절했다면, 이 게 파르벤이 놀림당한 이사도르 게 파르벤 이라는 이름에 대해 해석해주었다면 고마웠을 텐데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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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의 내밀한 역사 - 10점
싯다르타 무케르지 지음, 이한음 옮김/까치

어딘가 이름조차 종교적인 무케르지의 두번째 책은 오로지 첫번째 책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선택했다.
 
무케르지의 집안에 드물지 않았던 조현병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며, 책은 흥미로웠으나, 넘어야 하는 산은 몹시 버거워서, 몇번이고 중단되었다가, 드디어 끝까지 읽게 되었다.
멘델의 수도원의 완두콩과, 다윈의 갈라파고스의 핀치, 성게알의 염색체와, 
초파리와, 선충과, SV40 바이러스까지 지나기 위해서,
슬프고 아픈 나치의 독일도 지나야했고, DNA 나선구조 발견의 유치하기도 한 경쟁도 지나야했다.
그리고 그 모든 걸 꾸역꾸역 절반쯤 이해하고 이해한 것의 절반쯤 오해하며 읽은 뒤에, 인류학과 유전이 만나면 이야기는 훨씬 흥미롭고 이해할 만해진다.
 
인간의 발생과, 인종과, 성의 결정 이야기로 넘어가고, 나는 유전자에서조차 '선택'이 개입한다는 것에 매료되었다.

+
가타카나, 어글리 시리즈 같은 SF에서나 나오던 미래가 생각보다 멀지 않게 와있는 것 같다.
무케르지는 전작에 이어 이번 책도 book hangover 가 남을 정도로 멋지게 풀어내고 있다. 의학과 과학에 인간을 생각하고 더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는 것이 무케르지의 매력이다.
다음 책 고르기가 몹시 어려워졌다.



생물은 가능한 반응들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거의 불가능한 반응들 덕분에 존재한다.
- 176쪽


테세우스의 배
배의 널이 썩기 시작한 강 위의 배를 생각해보라는 델포이의 신탁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나무가 썩어가면서, 널은 하나씩 교체된다. 그렇게 10년이 흐르자, 원래 배에 있던 널은 모조리 교체된다. 그러나 배의 주인은 그것이 여전히 같은 배라고 확신한다. 원본의 모든 물질적 요소들이 교체되었는데 어떻게 같은 배일 수 있다는 것일까?
답은 "배"가 널 자체가 아니라 널 사이의 관계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 252쪽


배아의 모든 미토콘드리아가 오로지 모계에서 유래한다는 사실은 한 가지 중요한 결과를 낳는다. 모든 사람은 어머니로부터 미토콘드리아를 물려받았고, 그 어머니는 미토콘드리아를 자신의 어머니로부터 받았다. 그런 식으로 무한히 먼 과거까지 모계가 끊임없이 계속적으로 이어나간다. (...역설적이게도 '호문쿨루스 homunculus' 같은 것이 있다면, 여성만이 가진 셈이다. 따라서 '페문쿨루스 femunculus'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 423쪽


현생 인류의 미토콘드리아는 한 종류이고 우리 모두의 미토콘드리아 계통은 약 20만년 전 아프리카에 살았던 한 여성에게로 이어진다. 그녀는 우리 종의 공통 어머니이다. 우리는 그녀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그녀의 가장 가까운 현생 친척은 보츠와나나 나미비아에 사는 산족의 여성들이다.
나는 그 시조 어머니라는 개념에 한없이 빠져드는 것을 느낀다. 인류유전학계에서 그녀는 미토콘드리아 이브(Mitochondrial Eve)라는 멋진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 424쪽

 
우리 유전자는 개별 환경에 계속 똑같은 방식으로 진부하게 반응하는 것이 아니다. 만일 그렇다면, 우리는 태엽장치 자동인형이나 다름없어질 것이다. 오래 전부터 힌두 철학자들은 "존재"의 경험을 그물(jaal)이라고 묘사해왔다. 유전자는 그 그물의 실이다. 모든 개별 그물을 존재로 전환시키는 것은 거기에 달라붙는 자질구레한 것들이다. 그 별난 설명 체계에는 절묘할 만치 정확한 부분이 하나 있다. 유전자는 환경에 프로그래밍된 반응을 보여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 어떤 형태도 보존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유전자는 우연의 장난이 끼어들 여지도 충분히 남겨두어야 한다. 우리는 이 교차를 "운명"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그 운명에 대한 자신의 반응을 "선택"이라고 한다. 따라서 마주보는 엄지를 가진 곧추선 동물인 우리는 하나의 대본에서 만들어지지만, 그 대본에서 벗어나도록 만들어져 있다. 우리는 그런 생물 중에서 독특한 변이체 하나를 "자아"라고 부른다.

487쪽

Posted by 구이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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