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만난 적도 없는 사람의 천도재에 참석해서 1시간 넘게 앉아 있는 수더분한 인상의 사람들을 보면서,
저 사람들은 왜 여기에 와 있을까, 라고 잠시 의문을 가졌다.
이게 그들에게도 인생을 돌아보는 기회가 될 수 있는 자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낯선이의 차례였지만, 곧 닥칠 내 차례를 생각해보고, 우선순위를 다시 정리해볼 수도 있겠네, 하는.
그 와중에 이런 문구를 마주쳤다.
Hodie mihi, cras tibi
2.
깊이,
빼낼 수도 없는,
수천만년 동안, 퇴적되어, 다시 온도와 압력에서 변성된 지층에 박힌 자갈과 같이,
상실의 기억은 영구히 보존될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이런 것들이 쌓여서, 몸 속에 굳이 빼내지 않아도 상관은 없는,
그리고 절대로 저절로 없어지지 않는, 결절이라든가 뭐 이런 게 되어 가는 건가 싶기도 하다.
M이 아침에 말해주었다.
- 밑에 한남동 빵집이 팝업을 한다고 준비중이더라. 보면서 너한테 말해줘야겠다고 생각했지.
감사를 표하며 그 빵집이 무슨 빵집인지 매우 궁금했지만 까먹고 오후 4시경에나 생각이 나서,
가봤을 법한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 빵집이 있긴 했던 거 같아.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어. 근데 무슨 빵이 있었는지는 못봤어.
라고 하는 쪽이 한무리,
또 다른 무리에게 갔더니, 이런 저런 빵이 있었다며 그 중 두어 종류를 사왔다고 맛보게 해주었다.
그러면서 그들은, 빵이 아닌 다른 정보를 주었는데,
- 근데 알바들이 무슨 모델이야. 키크고 너무 잘생겼어.
라는 것이었다.
다음날도 한대서 꼭 가보겠다 하며 헤어지고,
진짜로 그 다음날 까먹지 않고 팝업에 들르기는 했다.
아 페스추리 전문이구나, 근데 대량으로 가져오려니 다 퀸아망이나 이런 종류를 많이 가져왔구나 하고서 몇 종류 골고루 담아서 잠시 줄을 섰다가 계산을 하고 신나게 올라와서 어제 얻어먹은 빵을 갚으러 갔다가,
- 봤어? 진짜 잘 생겼지?
라고 해서 그대로 얼어붙었다.
잘생긴 알바는 내가 갔을 때 없었나....
- 그게 못볼래야 안봐지는 미모가 아니던데...
....
이렇게까지 빵에 집중할 일이었나.
....
빵은 뭐... 평범했다....
가보고 싶지만 갈 수 없는 안타까움에,
물건들만 계속해서 보내고 있다.
하루는 보리빵을,
다음날엔 쫀뜩한 쿠기를,
그 뒤엔 삼계탕,
그 담주는 종류별로 주스들을,
위로의 꽃이라는 것을 보면 그조차도 반가워서 보내고 있다.
그 중 하나라도, 위로로 가 닿기를.
+
- 인*타 광고에 기꺼이 몸을 던져 낚여서, 하나 보냈다.
- 우리는 다 낚이지. 미리 가서 입 내밀지.
- 나는 항상 내 곁에 있을게, 라는 꽃말이 웃기지만 좋네.
네 곁에 있을께의 오타라면 그 뜻도 좋고,
나는 늘 내 편이지, 라는 뜻 그대로라면 그것도 좋아.

중학교 때, 과학시간에 선생님이 내 뒤로 와서 뒷머리를 쓰담쓰담 만져보며 혼잣말처럼 말씀하셨다.
"뒷짱구라서 똑똑한가..."
세상 편편한 목동 7단지 같은 내 뒷머리 어디에서 짱구를 찾으셨는지 모르겠지만...
그때 선생님의 말씀에 깊은 감명을 받아서 내 과학적 소질을 갈고 닦아 과고를 가고,
과학사를 전공하고, 재미난 책들을 썼다... 면 완전 다른 인생이 되었겠지만,
과고를 가기는 커녕, 고2 때 차마 이과를 선택하기에도 모자란 수학 실력에,
문과쟁이의 삶을 사는 주제에,
소설도 읽고,
번역가의 잡문도 집적거리고,
소설가의 이론서(?)도 구경해보고,
가해자의 엄마가 쓴 책을 들춰보아도,
사실 가장 마음 편한 것은 암석의 역사를, 그 연대기를 읊어보겠다는,
노트북 받침대로 쓰기에나 딱 좋은 두께의 과학서적이라니...
이 모든 것은 다, 뒷짱구로 태어나지 못한 탓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