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신호

책일기 2018. 11. 23. 13:06

생각보다, 첫인상보다, 괜찮다.

깨닫지 못했던 부분들과, 잘 정리된 대조들이 특히 인상 깊다.

 

 

- 거슬리는 낯선 이에게 그냥 무례하라.

무례하게 보이는 것이 직관이 경고하는 위험을 무시하는 것보다 낫다.

특히 여자들은 늘 거절하지 않는 것을 미덕으로 배워왔기 때문에, 낯선이로부터 청하지 않은 친절을 거절하는 것조차 무례하게 보일까봐 받아들이는데, 그냥 무례하라.

 

- 한 팀 강요, 매력과 친절, "아니요"라는 말 무시하기 등의 약탈 수법

한 팀 강요 : "우리"라는 단어를 쓰면서 한 배를 탄 동료를 거절하기 힘들게 하는 것.

(연금이 늦게 입금된다고 기다리면서, 은행에 피해자라는 "우리"를 만드는 케이스는 천재적)

매력과 친절 : 미소는 "감정을 감추기 위한 전형적인 위장"이며, "그 사람은 정말 친절했어요"라는 말은 그렇게 친절했던 사람이 즉시 혹은 몇 달 뒤에 자신을 공격했다고 묘사할 때 자주 듣는 말이다.

("웃으면서 말한다고 까칠하지 않은 게 아니다"라는 몇 주 전 내 상사의 표현이 기억난다)

"아니요"라는 말 무시하기 : 이건 정말 데이트하는 모든 남자들을 이 관점에서 보라고 여자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말이다.

 

- 직관이 늘 옳지는 않지만, 두 가지 중요한 면에서 항상 옳다.

1) 직관은 언제나 뭔가에 반응한다.

2) 직관은 언제나 당신이 잘되기만을 바란다.

 

- 직관을 전달하는 메신저들이 여러 종류가 있지만, (미심쩍은 느낌, 놀라움, 예감, 의혹, 두려움, 호기심, 망설임 등) 그 중에 블랙 유머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

 

- '정반대의 규칙'으로 정리된 낯선 배달원의 위험도 측정 방법

1) 호의적인 행동 : 자기 일만 한다, 적절한 거리를 유지한다, 안내해줄 때까지 기다린다, 시간을 신경 쓰며 재빨리 일한다. 다른 사람이 집에 있는지 신경 쓰지 않는다.

2) 거슬리는 행동 : 상관없는 일을 도와주려 한다, 너무 가까이 서 있다, 마음대로 집안을 돌아다닌다, 서둘러 떠나려 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집에 있는지 알고 싶어 한다.

 

 

그 외 책 자체와 관련해서는,

우선 전개가 와 닿지 않는다. 큰 틀에서 어떻게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는지 모르는 채로 우선은 안내하는 대로 끌려가며 읽고 있어서, 이 흥미로운 정보들이 뭐에 쓰이는 물건인지 계속 헷갈리는 중이다. 다 읽고 나면 정리가 되면 좋겠다.

두번째로는 문장이 산만한 느낌이다. 가독성이 떨어지는 이유가 번역 때문인지, 원래 문장이 그런 건지 모르겠다.

 

1/4 정도 읽은 상태에서, 딸 가진 부모들과, 여자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 거의 다 읽었는데,

해고된 직장동료의 위험 부분은 해고가 쉽지 않은 한국(또는 내가 현재 다니는 회사)에선 실감하기 어려운 위험이라 차치하고, 스토킹을 대응하는 방법 등도 매우 유용했다.

그러나 저러나, 여자들에겐 참으로 생존하기 더 어려운 세상인 것이 참 슬프다.

 

이 책은 출간된지 20년이 되었다고 하는데, 여전히 유용한 상황이라는 것이 더 슬프다.

 

저자인 개빈 드 베커는, 어린 시절부터 가정 내 폭력이 있었던 것을 몇 차례 언급하는데, 책의 뒷 부분에서 교도소의 어느 치유 프로그램에서 만난 자신과 비슷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에게서 질문을 받는다. 우리는 너무나 비슷한 유년시절을 보냈는데, 왜 당신은 그렇게 좋은 옷을 입고 좋은 차를 타고 여기를 방문하고, 나는 왜 여기에서 수감생활을 하는 것인가.

개빈은 여기에 대해 이렇게 답한다. 알콜중독 아버지를 둔 형제가 서로에게 묻는 것과 같다. 너는 왜 알콜 중독자가 되었느냐, 라고 한 형제가 물으면, 그 답은 아버지가 알콜중독이었으니까, 일테고, 너는 왜 알콜 중독자가 되지 않았느냐, 라고 다른 형제가 물으면, 그 답 역시 아버지가 알콜중독이었으니까, 일 것이라고. 이 차이를 만드는 것은, 청소년기, 사춘기에 아이에게 그 자신의 가치를 일깨워주고 소중히 대해주는 주변의 사람을 만났느냐 아니냐라고 답한다. 개빈에겐 5학년 시절의 담임이 있었고, 수감된 사람에겐 없었던 것이라고.

 

슬픈 결말을 가진 많은 사연들과, 슬픈 결말을 가까스로 피한 다행인 사례들을 다양하게 보여주면서, 스스로의 위험을 피하는 방법과 위험에 처한 주변의 사람을 돕는 방법도 함께 제시해주는 이 책은 일독을 권할 만하다.

Posted by 구이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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