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거대한 차이 속에 살고 있다 - 8점
위화 지음, 이욱연 옮김/문학동네

 

 

위화는 소설가인데, 소설은 하나도 안읽고 산문집만 두 권째 읽고 있다.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 를 몹시 좋은 책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이번 것은 그것만은 못함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킬킬거리며 주억거리며 잘 읽고 있는 중이다.

사람의...의 소재가 좀 더 중국의 현대에 관한 것이라면, 우리는...은 그보다는 위화의 글쓰기와 독서와 관련된 소재이다 보니 범용성이 떨어진다.

위화가 보고 겪은 격변의 중국이라는 부제나 책 제목 우리는 거대한 차이 속에 살고 있다, 라는 부분은 분명 중국의 현황에 대한 글이 맞지만, 전자가 중국내에서 출판되지 못했던 것와 이 책은 중국에서 출판되었다는 것이 뭔가를 짐작케 한다고 보면, 그게 딱 맞겠다.

 

하지만, 좋은 작가들의 독서 이야기 또한 몹시 즐거운 것이라, 카프카나 포크너, 마르께스, 매큐언 등의 낯익은 작가 이름이 줄줄 나오는 소소한 일화들 또한 몹시 유쾌하다. (매큐언은 유쾌는 아니었나...)

예를 들자면 아래와 같은 부분들.

 

 

한 친구가 프라하의 문학제에 참석했는데, 위원장이 핸드백을 도둑맞았다. 그런데 잠시 후 도둑이 돌아와서 화를 내며, 왜 핸드백에 돈이 없냐고 화를 냈다. 중요한 자료가 들어있던 핸드백을 도둑맞은 위원장이 가방을 찾자 버렸다고 해서, 사람들은 도둑을 경찰서로 끌고 갔는데, 경찰들이 카드게임을 하는 동안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카드를 마친 경찰은 도둑에게 진술서를 쓰라고 한 뒤 그를 보내고, 위원장과 외국 작가와 시인들에게도 진술서를 쓰라고 했는데, 중국 작가와 시인들은 체코어를 몰라 전문 통역가가 필요해서, 위원장이 자신이 통역하겠다고 하자 경찰이 관계자라 안되며 다른 사람이어야 한다고 해서, 가까스로 통역을 구해 모든 증인이 진술서를 다 쓰고 나자 날이 밝았다. 일행은 경찰서를 나서며 "그 도둑은 지금쯤 달게 자고 있겠지요"라고 씁쓸하게 말했다.

친구가 이야기를 마치며 말했다. "그래서 거기서 카프카가 나온 거야."

 

 

 

포크너의 묘지를 찾은 마르께스도 재밌었는데, 줄여쓰자니 그 재미를 전달할 수가 없겠다;;

두 학자의 초상에 나오는 두 중국학자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워서 찾아 읽어보고 싶다.

 

여러가지 이유로, 내 인생에 허락된 술과 소설은 내가 이미 꽤나 마시고 읽어버렸는지, 술도 소설도 그닥 유혹적이지 않고, 위화의 독서 이력에서 현재까지 가장 흥미가 가는 것은 이 두 학자의 초상에 묘사된 어느 학자의 초상, 이라는 전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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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하나는 빼야겠다.

아들 사랑이야 이해하는 바지만, 아이가 스스로를 특별한 사람으로 여기지 않게 해야 한다는 (가치를 존중받는 것과는 다른) 전제를 믿는 바라, 아들 자랑과 아들에게 쓴 편지 부분은 딱히 맘에 들지 않았고, 티벳 쪽도 잘 모르겠다....

 

뒤쪽의 블로그 부분도 굳이 넣었어야 했나 싶다.

 

좋은 작가라고 모든 글이 다 가치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떤 것은 더하는 것보다 덜어내는 게 더 아름답게 만드는 데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위화도 책 중에서 말했단 말이다.

Posted by 구이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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