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지리학

책일기 2019. 3. 11. 12:57
직업의 지리학 - 6점
엔리코 모레티 지음, 송철복 옮김/김영사



묘하게 반발감이 들어서, 잘 안 읽히는 책인데,

아침엔 또 사소한 곳에서 쓸데없이 터지고 말았다.

이런 재미야 말로 책읽는 즐거움이라고 우겨본다.

 

 

1.

얼마전 트위터에서 이런 트윗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https://twitter.com/yuki7979seoul/status/1076588368413175808

 

이게 트위터에서만 통하는 게 아니었다.

 

폴 크루그만은 언젠가 이런 유명한 글귀를 남겼다. "지식의 흐름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가 측정하고 추적할 수 있는 어떤 문서상 행적도 남기지 않는다. 그리고 이론가가 지식 흐름에 대해 멋대로 어떤 것을 상정하더라도 그것을 막을 수 없다."

크루그먼의 이 같은 회의론에 자극받아 많은 연구자들은 아이디어의 확산을 측정해내려는 노력에 박차를 가했다. 1993년 세 경제학자(애덤 자페, 마누엘 트라이텐버그, 레베카 헨더슨)가 쓸 만한 문서상 행적, 즉 특허 인용을 찾아냈다.

 

 

크루그만은 영리하게도 "지식의 흐름을 측정하는 방법이 있을까요?"라고 질문하는 것보다, "지식의 흐름을 측정하는 방법이 없다"라고 단정하면, 벌떼처럼 달려들어 이를 연구해줄 이들이 더 많을 것을 미리 알았던 것이다!

 

...

책 내용에 대한 본격적인 이야기는 좀 더 읽은 뒤에 정리하도록 하자...;;

 

그 전에, 책 내용에 마침,

 

 

2.

존 라세터가 얼마나 창의적인 노동자인지, 그런 사람의 역할이 얼마나 큰 지를 읽는 와중에,

이런 기사가 같이 떠주면서, 것 봐, 이래서 내가 이 책에 묘한 반감이 계속 들었다구, 의 근거가 되어 주는 사례가 있었다.

 

라세터는 픽사를 의료기기용 영상장비에서 영화 산업으로 방향 전화하게 해준 첫 단편 영화 '앙드레와 왈리 B의 모험'을 선보이고, 이후 픽사의 창작 담당 최고 경영자로서 다양한 히트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사람이라고 한다. 그의 스마트 노동이 픽사의 가치를 바꾸게 되었다는 예시가 특출난 1명은 보통 사람 100배의 가치를 가진다는 논거로 제시되고 있다.

내게는, 잘못된 논거 하나가 전체 책에 대한 이미지를 망치는 좋은 예가 되고 말았지만.

 

https://twitter.com/kouhogue/status/1100766498216325120

 

 

3.

비뚤어지려고 맘 먹으면, 그게 얼마나 쉬우냐면,

 

여론 조사원이 유럽인들에게 "사는 곳에 애착을 느끼냐?"라고 물어볼 때, "전혀 애착이 없다" 또는 "그다지 애착이 없다"라는 대답이 높게 나오는 나라는 핀란드, 덴마크, 네덜란드이고, 이들 나라는 평균 교육 수준이 높다. 이와는 반대의 대답이 나오는 나라는 포르투갈과 스페인이며, 이들 나라는 평균 교육 수준이 낮다.

 

 

....

잘 모르긴 하지만, 핀란드나 덴마크보단, 일반적으로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기후와 자연이 세계적으로 더 인기가 많다고 알고 있지만, 자연환경보단 평균 교육 수준의 위 질문의 답변에 더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치자 =_=

 

맘만 먹고 있다면, 저런 단순한 사례에서조차 팍팍 비뚤어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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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꾸역꾸역 읽은 책이었다.

 

트집잡자면

우선, 문장이 이상했다. 교정이 충분하게 이뤄진 건가? 이 동사와 목적어가 맞게 이어지는 건가? 라는 문장이 최소한 5개쯤 있었다.

 

논리의 흐름이 막판에 특히, 뭐지 이건? 이라는 부분들도 있었다.

 

스탠퍼드가, 실리콘밸리를 만든 게 아니기 때문에 대학을 유치한다고 첨단산업이 모여들지 않는다더니, 더 나은 미국을 위해서는 고등학교 교육을 잘 시켜야 한다고 하는 건... 뭐 말이 안되는 건 아니구나;

그건 그냥, 미국 전체적인 숙련 노동자 증가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였나부다.

 

 

요약하자면, 대충 이런 이야기다.

 

교역 가능한 산업의 부흥은 승수효과를 일으키기 때문에, 산호세처럼 잘나가는 도시에서는 숙련/비숙련 노동자가 더 많은 임금을 받게 된다.

현대의 승수효과를 일으키는 것은 제조업이 아니라 첨단 산업이며(IT와 생명공학 등) 이 첨단산업이 자리잡는 것은 우연이다. 좋은 대학이 있다거나, 도시의 삶의 질이 좋은 것은 첨단사업 집중의 필요조건일 수 있으나, 충분조건이 아니다. 시애틀이 현재의 시애틀이 된 건 우연히도 빌 게이츠와 그 동업자가 시애틀 출신이라 고향에 돌아갔기 때문일 뿐이다. 지역 정부들이 세금 혜택 및 인센티브 제공 등의 기업 유치 노력이나 생활 인프라를 개선하는 등의 여러가지 프로그램으로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그 효과는 비용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미국이 현재 첨단산업의 우위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고등학교 교육부터 숙련노동자를 더 증가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응? 역시 결론이 이상해 =_=)

 

 

미국처럼 거대한 땅이 아닌 한국에선 그럼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를 생각해볼 수 있는데, 이미 서울이 모든 것을 가지고 있고, 지방 도시들은 실리콘밸리를 꿈꾸고 있는데, 서울 외에 다른 실리콘밸리가 필요할 것인가, 라는 점은 의문이다.

물론 서울은 하나의 도시로 기능하기엔 지나치게 큰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지방 도시들도 공존하면 좋긴 하겠다.

게다가 책에 잠시 언급되는 것처럼, 첨단산업이 집중되는 도시의 노동자들은 임금 상승과 함께 부동산 가격의 상승이라는 이익도 누리게 되므로, 혹시 될 성 부른 도시가 있다면, 누가 귀뜸해주고, 같이 부동산도 매입해두면 더욱 좋겠다. (응? 이것도 결론이 이상하네;;)

Posted by 구이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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