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 테드창

책일기 2019. 7. 22. 10:33

테드 창은 봐도봐도 천재, 라고 생각하지만,

이번 책은 천재에다가 사상가, 철학자, 선각자, 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에서도, 흥미진진한 이야기만 해도 충분할 정도 재밌으나, 주인공의 깨달음, 과거는 어쩔 수가 없으며, 미래만이 우리가 가꿔나갈 수 있다, 라는 결론을 이끌어 내는 것이 충격으로 다가올 만큼 고전적 가르침을 재밌는 스토리에 붙였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특히나, '옴팔로스'의 자유의지 예찬은, 재밌는 스토리에 예상치 못한 가르침을 이어붙이는 것의 끝을 본 기분이었다.

'월광천녀'나, '천사와 악마' 같은 작품에서와 같이, 인류가 세계 창조의 목적이 아니라 부수적인 결과 일 뿐이라는 것이 사회에 대혼란을 가져올 충격이라는 것이 무신론자이자, 우주의 먼지 같은 주제에도 굴하지 않는 자기중심주의자인 나에게는 이해가 되지 않는 설정이었는데, 옴팔로스 역시 비슷한 가정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서, 갸웃갸웃, 심지어 테드 창조차! 라는 심정이 될 뻔 했으나.

테드 창은 테드 창이니까.

아름답게, "물리의 법칙에 위배되는 것을 기적이라고 할 때, 인간의 자유의지야 말로 기적이다'라는 가르침을 주신다.

 

훌륭함이 여기에서 그치면 테드 창이 아니라는 듯, '사실적 진실, 감정적 진실'은 두고 두고 여러가지가 떠오르는 작품으로 생각의 여지를 많이 주고 있다.

리멤의 사용자 리뷰를 쓰기 위해 리멤을 활용하는 화자의 입장이 처음 읽고 난 후에는 공감이 되질 않았는데, 문득 문득, 나의 이 판단과 감정이 사실에 기반했는가, 라는 생각이 든다. 나 또한 저 화자처럼, 내게 편하도록 진실을 왜곡해서 기억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의심을 버릴 수가 없다. (해리 포터의 슬러그혼 교수 또한 동일한 맥락의 기억 조작이 있었다)

그렇다면, 다시, 내 마음의 평화를 위한 기억 조작과, 조작없는 기억을 바탕으로 한 고통과 성찰 중 더 나은 것은 무엇일까 라는 생각까지 가게 된다.

 

무튼. 결론은 테드 창 만세.

만수무강하세요.

Posted by 구이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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