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SI 1 - 주기율표

책일기 2020. 1. 2. 12:31
주기율표 - 10점
에릭 셰리 지음, 김명남 옮김/교유서가

Very Short Introductions의 번역본이라는 흥미로운 시리즈를 발견해서, 고른 세 권 중에 첫번째는 주기율표였다.

 

솔직히 말해서, 책 내용의 반도 이해하지 못했지만, 끝까지 읽고 감히 추천까지 할 수 있는 건, 주기율표가 가진 그 자체의 매력과, 주기율표에 대한 애정으로 저자가 이야기하는 주기율표의 처음과 그 주변부의 모든 이야기들이 흥미로운 덕분이다.

 

주기율표는, 누군가의 말대로 수백년간 화학자들이 자신들의 재능과 시간을 갈아넣어 완성도를 높여온 자연의 법칙을 찾기 위한 몸부림의 결정체이고, 무엇보다 매력적인 것은 아직까지 다 해석하지 못한 이 법칙에 따라 발견되지 않았던 새로운 원소들을 계속해서 발견해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책의 시작은 고대 철학자들의 4대 원소에 대한 믿음에서 시작한다. 어려서부터 종종 보던 애니메이션에선 반지인지 뭔지 너댓이 모여서 그렇게도 물! 불! 바람(공기)! 흙! 이런 걸 외치더니 그게 어디에서 기인했는지를 알려준다. 세상은 4가지 원소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것은 플라톤의 정다면체 모양을 하고 있을 것이고, 그 정다면체의 모양의 특성에 따라 원소의 특징도 달라진다는 이론이었다.

이렇게 시작해서, 정 20면체가 발견되자 에테르, 빛을 매개하는 매질로 믿어졌던 제5원소가 있을 것이란 이론까지 나오게 된다.

 

이후 주기율표는 원소의 여러가지 특징에 따라 조금씩 순서를 바꿔가며, 원소를 추가해가며 발달해왔으며, 현재의 주기율표는 원자핵 속에 있는 양성자의 수, 즉 원자번호에 따라 정리되고 있으며, 가장 흔하게 쓰이는 현재의 주기율표의 고안자는 멘델레예프 라는 러시아 화학자로 여겨지고 있다. (멘델레예프는 원자 번호로 주기율표의 순서를 정한 건 아니었고, 원자량으로 정리했었는데, 이후에 헨리 모즐리가 원자번호로 재정리)

...

 

이런 거야 위키피디아에만 가도 잔뜩 있는 이야기지만(쓰고 있는 나도 다 이해한 건 아니고;;) 이걸 좀 더 정리해서 읽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역시 VSI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마지막에 수줍게 저자는 본인이 주기율표 실재론자라는 고백을 하며 책을 한층 더 귀엽게 만들어주고 있다.

더 읽어볼 거리로, 내가 이미 인상깊에 읽었던 프레모 레비의 주기율표 소설집을 들어주어서 호감이 배가되었다.

 

시간은 남고 주기율표는 궁금한데, 화학에 대한 지식이 나보다는 많고 이과생들보다는 적은 사람에게는 즐거운 독서 시간을 선사할 수 있는 책으로 추천한다. (들고 다니는 동안 남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추천 포인트가 하나 더 생긴다. 이런 걸 왜 읽어? 라는 질문이 끊이질 않는다.)

Posted by 구이으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