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선배가, 자기 교수님 한 분이 대단하다고 이야기해준 적이 있었다.
조소과 선배여서 자르고 베는 종류를 다루셨는데, 어느날 수업 중에 학생 한 명이 기계를 잘못 다뤄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가 있었고, 피가 흘렀던 흔적의 강의실에서 망연한 학생들을 위해 교수님이 본인의 힘들었던 경험을 이야기하시면서 위로를 해주려고 하셨다고 한다.
부유한 집안에서 재능을 갖고 태어나서 삶이 그림처럼 아름답고 평탄했던 그 교수님이 당신 삶 최악의 고난으로 들었던 것은, 젊은 시절 유학 중에 작업실을 얻었는데 바퀴벌레가 많아서 너무나 힘들었지만 그 또한 지나갔다는 정도의 것이었고, 학생들은 인생 가장 불우한 경험이 바퀴가 나오는 작업실이란 말에 더욱 망연해할 수 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는 이십몇년 전에 들었어도 아직 기억이 난다.

그땐 그냥 참 그 교수님 부러운 인생이네 정도 생각이었는데, 요즘엔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곤하지 않은 인생이 어디 있으며, 각자의 곤한 사정이야 모두 종류도 정도도 길이도 깊이도 다를 수 밖에 없으니, 어쩌면 누군가의 삶이 고단한 이유도 다른 누군가에겐 바퀴 정도로 여겨지지 말란 법도 없겠다.


Posted by 구이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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