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장

선곡일기 2024. 2. 8. 21:29

H에게 처음 소개받은 에피톤프로젝트 앨범은 긴여행의 시작이라는 앨범이었는데,
참 묘하게도 이 앨범의 가사없는 연주곡들은 꼭 스토리가 있는 것처럼, 가사를 이미 들은 것처럼 들리는 것이었다.
이 너무 좋은 앨범을 그나마 회사에서 못참게 음악 이야기가 하고 싶을 때나 연락하는 윤선배에게 자랑삼아 추천했더니, 나이에 걸맞지 않게 듣고 울었다며 감상을 전해 몹시 뿌듯해 했었다.

그 뒤로도 에피톤프로젝트의 새 앨범은 늘 기다려지고 반갑고,
어쩐지 집 떠나 사는 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기분에 가끔 울컥하며 듣게 되기도 했다.

선인장은, 글쎄, 처음부터 좋아했던가.
그건 아닌 것 같다. 이삼년 전에 문득, 내 머리 위로 눈물을 떨구라는 가사만 생각이 나서 이 노랠 찾느라 한참을 헤맸던 걸 보면.
그 뒤론 툭하면 듣는 곡 중 하나로 굳건히 자리잡았다.

심규선의 너무 예쁜 목소리로 불러주는 쪽이,
차세정 본인이 구슬프게 부르는 것보다 조금 더 와닿는다.

https://youtu.be/RR9v9MQQoBQ?si=-veVEty98P6103HX

Posted by 구이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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