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fine dinner

전장일기 2024. 3. 15. 08:45

첫째로 취지가 좋았다.
30년 근속하신 선배님들의 보스가 되신 후배님께서 선배님들의 노고를 축하하는 자리였다.

두번째로 술이 멋졌다.
직접 일본에서 사왔다던 야마자키 12년산을 내놓으셨고, 달지 않고 적당한 산미의 리슬링 와인을 다섯병 준비해 오셨다.

세번째로 음식이 훌륭했다.
사장 내외가 본인들이 얼마나 좋은 재료를 특별하게 손질했는지에 대한 자부심으로 음식 설명을 하나하나 해주시고, 거기에 호스트인 보스를 위해 특별히 내놓는 음식들도 있다며 대접받는 기분을 느끼게 하셨다.
꼭 간장없이 드셔야 하고, 꼭 와사비 많이 넣어 드셔야 하고, 꼭 바로 드셔야 하는 음식들...

네번째로 곳곳에 놓인 생화 장식이 이뻤다.
내놓는 재료들 만큼이나 싱싱한 생화들이 다양하게 꽂힌 꽃병이 줄줄이 늘어서서 조화인가 만져보면 모두 생화였다.

다섯번째로 참석자들도 괜찮았다.
다들 적당히 분위기 맞추고, 대접을 기쁘게 받아주고, 옆에서 음식도 술도 훌륭하다고 추임새 넣어주고....
술을 강요하지도 않았고.



근데, 그냥 피곤하고 안가고 싶다...는 건 내가 문제겠지 ㅎㅎㅎ
너무 많이 먹는 자리가 다 싫다....
지금 많이 먹어둬, 나이들면 맛있는 것도 없어진다, 라고 하시던, 20년전 어떤 분의 말씀이 부쩍 생각나는 요즘이다.

+
결국 머리가 아파 타이레놀을 먹었다.
할일이 많을 때, 어느 수준 이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싶은데,
그걸 방해하는 요인들을 싫어하는 것 같기도 한데,
그렇다면 오늘 아무 일도 없이 노는 날이었다면 어제의 회식이 안싫었을 것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라서.
진짜 잘 모르겠다.

Posted by 구이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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