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석

전장일기 2024. 3. 18. 18:20

인스타를 멍하니 보던 시절에,
햇살좋은 테라스에 놓인 유리잔을 보여주던 동영상을 봤었다.
깨끗하던 물컵에 뭔가 흙탕물을 만들었던가, 아니면 염료를 넣었던가 깨끗하지 않게 만들고선,
꽤 큰 물 항아리를 들고 계속해서 물을 붓고,
그 흙탕물인지, 염료를 탄 물인지를 컵밖으로 흘러내리게 해서,
새롭게 깨끗한 물로 채우는 동영상이었다.

멘트는 뭔가 나쁜 생각을 비우는 방법이라거나,
나쁜 감정을 비우는 방법이라거나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은데
정확하진 않다.
다만 새로운 걸로 가득 채운다면 예전의 것을 바꿔낼 수 있어, 라는 메시지였던 것 같다.

난 요즘, 바다는 바꿔내기는 커녕 희석하는 방법조차 존재하지 않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Posted by 구이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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