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의 샘 2

책일기 2024. 4. 11.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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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의 샘 2 | 대니얼 예긴 - 교보문고

황금의 샘 2 | 검은 황금이 만들어낸 세계 정치, 경제사의 흐름과 부와 권력의 실체를 만난다!퓰리처상 수상작 『황금의 샘 세트』. 석유를 통해 20세기와 21세기의 정치, 경제적 사건들을 때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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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건 진짜 너무 재밌었다.
물론 누가 이십년 전의 내게 권했다한들 그때 읽진 않았겠지만, 그래도 좀 더 일찍 읽지 못한 게 괜히 아쉽고 억울할 지경이다.

초판은 1990년에 나왔다고 하니 무려 30년이 훌쩍 넘은 건데 뒷 이야기들도 일부 추가되고 해서 나도 살짝 알고 겪은 일들이 조금 다뤄지긴 한다.

여튼. 이건 정말 재밌으니, 특히 2권이 더, 그냥 읽어들 보시길.






쿠웨이트 석유회사 지분 절반을 소유했던 걸프는 생산된 석유 판매를 위해 로얄더치 쉘과 장기 계약을 체결했고, 길고 불확실한 기간 동안 고정가격을 정할 수 없어,
'네트 백 가격'이라고 하는 혁신적 방안을 내놓았다. '최종 판매가격'에서 모든 부대비용을 공제하고 산출된 이윤을 반분하는 것이었다.
- 61쪽


이 netback pricing은 현재도 꽤 활용되는 방식인데, 이걸 처음 고안한 것이 걸프와 쉘이 1950년대 쿠웨이트산 원유 판매를 위해서였다는 것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이란의 수상인 모사데그는 앵글로-이란의 이권을 국유화한 후 중재를 위해 방문한 미국의 갑부 해리만을 만나 영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으며 말했다.
"당신들은 영국인들이 얼마나 교묘한지, 얼마나 사악한지 모르오. 그들이 손에 닿는 모든 것을 더럽히고 있다는 사실도 모르오."
회의가 끝날 즈음에 모사데그는 자신의 사랑스러운 손자가 학교에 가기 위해 해외로 떠났다고 말했다.
"어디로 갔습니까물"라고 해리만이 묻자, "물론 영국이죠. 더 좋은 곳은 없으니까요."라고 모사데그가 대답했다.
- 121쪽



(영국 총리)이든의 수석비서는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 이렇게 밝혔다. '(미국 국무장관) 덜레스의 말이 너무 느려 이든은 그의 얘기를 듣고 싶어하지 않았다. 반면 이든은 우회적이고 애매한 표현들을 많이 써서, 변호사 출신인 덜레스가 정확하게 이해할 수 없었다.'
- 157쪽

일본은 1973년의 석유공황으로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일본 정부를 뒤흔들었던 격렬한 '쌀 폭동'을 연상시키는 생필품 파동이 시작되었다.
가정주부들은 세제나 화장지를 비축하는 데 혈안이 되었다. 어떤 주부는 2년분을 비축하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석유 부족이 화장지 부족 현상을 일으켰다.
정부의 통제가 없었다면 화장지 가격은 석유 가격처럼 4배 가까이 올랐을 것이다.
-376쪽

코로나 사태에도 화장지 사재기가  신기했는데, 화장지 사재기는 유래가 아주 깊은(최소 50년), 국가를 넘어서는, 위기에 대응하는 기본 자세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1974년 말, IEA는 숲이 많은 파리 16번 구역의 OECD 별관에 자리 잡았다. 주요 산업국가 중 유일하게 가입을 거부한 나라는 프랑스였다. 낡은 사상을 신봉하는 조베르 프랑스 외무장관은 IEA가 '전쟁의 도구'일 뿐이라고 말했다.
-397쪽

프랑스는 (1973년 석유 파동 후) 에너지 절약에 대한 국가 정책을 개발하고 시행하는 데 매우 적극적이었다. 절약 감시관이 은행, 백화점, 사무실 등에 파견되어 특수 온도계로 실내 온도를 측정했다. 실내 온도가 공식 허용된 섭씨 20도를 초과하면 건물 관리자에게 벌금을 부과했다.
그리고 가장 충격적인 에너지 절약 정책은 에너지 소비를 부추기는 광고를 전면 금지한 것이다. .... 토탈은 마침내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아름다운 그림이 그려진 광고판을 프랑스 농촌에 세우기 시작한 것이다. 광고판에는 '이것이 프랑스'라는 간단한 문구와 함께 '토탈'이라는 회사명이 쓰여 있었다. 그런데 이 광고도 금지당했다. 어이없어 하던 토탈이 그 이유를 물었다. 장 시로타 에너지절약국장은 "이 광고를 접한 소비자들은 '석유회사들이 광고에 엄청난 돈을 쓰는 것을 보면 부자임에 틀림없어. 에너지에는 아무 문제도 없는 거야. 그러니 에너지를 좀 낭비해도 괜찮아'라고 생각할 수 있다"라고 답변했다.
-437~438쪽

프랑스 덕에 두 번 크게 웃은 후에, 프랑스도 유머에 일가견이 있는 걸 장 자끄 상페가 그림을 그린 꼬마 니꼴라 시리즈 이후 오랜만에 상기했다.


(미국 카터 정부의 에너지 장관을 맡은 슐레진저는 에너지 관련 정책 토론을 계속하다가,) 모든 에너지 문제 중에 가장 이론의 여지가 많고 다루기 어려운 천연가스 가격을 정부가 통제할 것인지 아니면 시장이 결정하게 할 것인지를 둘러싼, 수십 년 묵은 정치적이며 소모적인 논쟁의 한가운데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슐레진저는 천연가스에 관한 상하원 합동회의의 진행 과정을 살펴보기 위해 그 자리에 참석했다. 그는 "나는 이제 지옥이 무엇인지 안다. 지옥은 끝없이 열리는 천연가스에 관한 회의다"라고 토로할 정도가 되었다.
- 450쪽


석유회사들은 전혀 다른 사업으로 다각화를 시작했다. 모빌은 몽고메리 백화점을 사들였고, 엑슨은 사무 자동화, 아르코는 구리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걸프가 링링 브라더스와 배넘 앤 베일리 서커스를 낙찰받은 것만큼 떠들썩한 소동과 조롱거리는 없었다.
- 452쪽

현대로 가까워지며 책이 자꾸 코믹해지고 있다.


1975년 북해에서의 유전 개발에 고무된 당시 영국 총리 윌슨은 20년 전의 총리였던 이든을 놀라게 할 만한 야망을 고백했는데, 신흥 산유국의 지도자로서 1980년 OPEC 의장이 되는 것이었다.
- 460쪽

프랑스 유머에 질까 봐서, 영국은 무려 총리께서 직접 나서, 폭소를 터뜨리게 해주었다.

Posted by 구이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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