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체

책일기 2024. 5. 7.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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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체 세트 | 류츠신 - 교보문고

삼체 세트 | 무한한 우주는 여전히 신화로 가득 차 있다 아시아 최초 휴고상 수상 류츠신 『삼체』 1~3부 개정본 세트 출간◆ 2024년 3월 21일, 넷플릭스 8부작 방영! ◆ 〈왕좌의 게임〉 제작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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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의 드라마 추천을 잘해주는 MK가 오랜만에 볼만하다고 두번이나 언급해주길래 드라마를 시작했다가 8편을 다보고는 버럭 하고 바로 이북을 질렀다.
이토록 다음 시즌이 궁금해지는 결말은 처음...은 아니지만 원작이 있는 걸로는 맞을지도.

살짝 SF매니아지만 하드SF는 그닥 좋아하지 않는 내게, 원작은 반 정도는 지루함과 어려움을 참아내는 시간을 주었지만, 그러다가 어느 순간 작가가 이 이야길 하려고 그 지루하고 어려운 이야기를 했구나 하고 놀라운 스토리로 이야기를 풀어내준다.

1권만 읽고선 드라마가 각색을 참 잘했네, 인물도 매력적으로 뽑았고, 라고 생각했는데, 2권을 읽고 다시 3권의 계단 프로젝트 부분까지 가서는 원작자가 참 이야기꾼이었네,로 감상이 바뀌게 된다. (물론 영드로 각색도 잘한 거 같다, 시즌1까지는)

문명으로 가득찬 암흑의 숲과 같은 우주의 개념도 그럴 듯하고, 태양계에 큰 의미 없이 종이쪽지 하나 던져서 지구 문명의 종말을 가져오는 장면도 크고 긴 우주의 공간과 역사에 잘 어울렸다.

생각할 수록, 방대한 이야기이다 보니, 이것저것 두서없이 생각이 난다.(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

1. 400년 후의 적을 대비하기 위해 인류가 똘똘 뭉쳐 맞서는 준비를 한다고? 당장 10년 20년 코 앞에 벌어질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은 먹고 사느라 바빠 안하는데, 그게 지금은 눈에 보이지 않는 외계인이라는 적의 형태로 있다고 그게 된다니, 정말? 이라는 생각이 1권에서는 제일 많이 났다.
(2권부터는 그냥 그렇다고 치자, 하고 넘어갔다)

2. 강한 전사는 뤄지나 웨이드 같은 늙은이들이고, 모성애 가득해서 인류와 우주의 운명을 말아먹을 의사결정은 아직 젊은 청신이 하게 하다니, 성차별인가, 하는 생각도 살짝 하게 된다.

3. 시간의 단위가, 태양계의 역사가 수십억년, 광속이 0이 되는 곳에서 창신이 보낸 세월이 1,800만년 정도 되다보면, 인류의 문명 5천년 정도는 헤아릴 필요가 있나 싶은 찰나가 되고, 오랜만이라는 뜻으로 종종 쓰는 백만년만에, 라는 말은 말이 되지 않는구나, 하는 겸손함도 생기게 된다.

4. 윈톈밍의 뇌에 대해서도 계속 생각하게 된다.



유일하게 막을 수 없는 것은 시간이다. 시간은 서슬퍼런 칼날처럼 단단한 것이든 무른 것이든 소리없이 베어버리고 묵묵히 앞으로 나아간다. 그 무엇도 시간의 발걸음을 흔들 수 없지만 시간은 그 무엇도 다 바꾸어놓는다.
- 2권 60%

내가 너희를 멸망시키는 것이 너희와 무슨 상관이겠는가
- 2권 85%

과거는 그의 손안의 한 줌 모래처럼 꽉 쥐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손가락 사이로 우수수 흘러내리는 것이다.
- 2권 93%

반쪽 영혼으로 사는 건 별일 아니었다. 망각와 적응에 능하기만 하면 반쪽으로 살아도 평온하게, 심지어 행복하게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둘을 합쳐야 온전한 하나의 영혼이 된다.
- 3권 5%


낯설고 냉랭했던 세상이 갑자기 화사하고 따뜻한 햇빛으로 가득찼다. 처음에는 그 햇빛이 어디에서 오는지 알 수 없었다. 구름에 가려진 태양이 내뿜는 빛은 은은한 달빛처럼 원반의 형태밖에 만들 수 없지만, 빛이 사라지면 사람들은 낮을 환하게 밝히는 빛이 모두 태양에서 나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윈톈밍의 태양은 긴 국경절 연휴가 다가오면서 사라졌다.
- 3권 8%

만약 묘비가 있다면 이렇게 쓰고 싶었다.
'왔노라. 사랑했노라. 그녀에게 별을 선물했노라. 그리고 떠났노라.'
- 3권 9%

"우주도 넓지만 인생은 더 넓어. 언젠가는 꼭 다시 만날 거야."
- 3권 49%
"제가 말했잖아요. 우주도 넓지만 인생은 더 넓으니까 인연이 있다면 언젠가 다시 만날 거라고."
- 3권 97%


블랙홀의 경계를 '사건의 지평선'이라고 한다. 블랙홀 외부의 물질이나 방사선은 사건의 지평선을 뚫고 블랙홀 내부로 들어갈 수 있지만 블랙홀 내부의 물질이나 방사선은 절대로 사건의 지평선을 뚫고 나올 수 없기 때문에 이를 단향성 막이라고도 부른다. 사건의 지평선은 물질면이 아니며, 물리적인 관점에서 볼 때 외부 관찰자가 그 범위 내의 총 질량, 총 전하량 등 기본적인 매개변수 외에는 아무것도 알 수 없는 것을 의미한다.
- 3권 61%


물고기는 통발에 들어갈 수는 있지만 나올 수는 없고, 통발을 꺼내보기 전에는 물고기가 얼마나 들었는지 알 수 없다, 라는 이야기는 아니겠지.... 메타포를 경계해야 한다고 the music of life에서 노블 옹이 강조하셨는데...(내가 그냥 비유와 메타포를 구분 못하는 걸지도)



"이걸 보면 모든 역사의 단면에서 놓쳐버린 수많은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거야."
청신이 나지막이 말했다.
"인생처럼요."
뤄지가 고개를 저었다.
"음. 아냐. 적어도 내 인생은 그렇지 않아. 난 아무것도 놓치지 않았어."
그가 자상한 눈빛으로 청신을 보았다.
"얘야, 네가 많은 걸 놓쳤다고 생각하니? 그럼 앞으로 다시는 놓지지 말거라."
- 3권 83%


사랑은 잘못이 아니에요. 누구도 한 세계를 멸망시킬 순 없어요. 이 세계가 멸망한다면 그건 살아있는 사람과 이미 죽은 사람 모두가 함께 노력한 결과에요.
- 3권 94%


Posted by 구이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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