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움

전장일기 2024. 6. 7. 18:04

1.
쉰 남짓까지 열심히 살다가, 문득 아파서 더는 못하겠다고, 일을 관두고,
쉬고, 공부하고 지내다가,
그렇게 2년 남짓 보내고선 다시 일하고 싶어져서, 새로운 일을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작년이었나, 어떤 강연에서 들은 적이 있었다.

2.
갑자기 이상한 걸 물어보려고 톡을 날린 선배가,
아무 맥락없이 나중에 책을 쓰려고 준비 중이란 이야기를 던졌다.
은퇴하고 뭐할 거냐는 질문과 함께.


사흘이 지나도록 그 질문을 곰곰 생각한 건 아닌데,
그냥 요즘 좀, 늘 부럽던 그 부분이 다시금 몹시 부러운 기분이다.

소명이 있는 삶.

흐르는 대로 살다보니 여기에 닿아있는,
뭔가 크게 바라거나, 반드시 이루어야겠다거나,
크고 멋지고 긴 계획 아래 지금 뭔가를 해야한다거나,
이런 삶을 살지 않고,
당장의 하루를 살고, 코앞의 일을 해치우고,
피할 수 없어 보이는 걸 견디고,
쉽게 주어지는 것처럼 보이는 것들은 감사히 받아들이고,
그러다 보니 나는 여전히 내가 무얼 원해서 여기에 서 있을까,
난 누구, 여긴 어디의 기분으로 가끔 막막해진다, 요즘처럼.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하고 싶은 일이 많이 남은 사람들이 늘 부럽다.
나중에, 나도 1의 강연자처럼 좀 놀고 쉬고 그러고 나면, 하고 싶은 일이 선명해질까.
그때도 하고 싶은 일이, 해야겠다 싶은 일이 남아있을까.

Posted by 구이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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