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사르의 마지막 숨 - 10점
샘 킨 지음, 이충호 옮김/해나무

 

서문에서 음? 이게 사실에 입각한 문장인가? 라는 생각이 잠깐 들면서 흠칫, 계속 읽어야 할까 생각이 드는 마당에,

올리버 색스, 빌 브라이슨에 견줄 작가라는 찬사가 띠지 뒤쪽에 떡하니 박혀있는 것을 뒤늦게 발견, 과하지 않나, 라는 생각까지 드니, 옆눈뜨고 조금만 더 하면서 읽다가, 사망자가 57명이나 되었던 1980년 미국의 화산 폭발 이야기는 흥미로웠고, 결정적으로 오늘 아침엔 너무 취향의 농담까지 나오니 얼른 읽어야지, 의 마음이 되었다.

 

음.... 재밌었다.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도 많았지만, 워낙이나 이해가 안되는 부분을 통으로 넘겨버리는데 도가 튼지라,

재미를 느끼는데 크게 방해가 되지 않았다.

 

액화하는데 가장 오래 걸린 기체가 헬륨이라거나, 왜 하늘이 파란색으로 보이는지, 질소가 많은 공기 덕분에 생명체들이 살고 있다던가, 재미있는 기체 관련 이야기가 너무너무 많아서, 책 좋아하는 아이들이 읽으면 참 좋겠다 싶은데, 주변에 별로 없기도 하고, 좋아하는 아이들은 이미 공부로 너무 바쁘니... 권할 데가 없어 아쉽다.

 

 

 

p.68

두 진영은 마침내 국가별로 갈라졌는데,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위스 지질학자들은 화산 분화설을 지지한 반면, 미국과 독일, 일본 지질학자들은 점진적 축적설을 지지했다. 이를 지켜본 한 사람은 "비전문가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국기를 흔드는 것 외에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라고 한탄했다. (나는 오늘날 대다수 전문가들이 점진적 축적설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언급하고 싶지만, 나는 미국인이기 때문에 아마도......)

- 괄호에 넣었을 뿐 아니라 글자 크기도 줄인 세심함에 반했다.

 

 

Posted by 구이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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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중국 - 10점
스콧 로젤.내털리 헬 지음, 박민희 옮김/롤러코스터

백만년만에 책 한권을 완독했다.

읽기 시작한 책들은 이것저것 많은데 당최 끝내는 게 없어서 내 어느 구석에 문제가 생겼나 라고 걱정했는데,

이 책 덕분에 다시 남탓(책이 재미없어서)할 수 있게 되었다.

 

Rural Education Action Program을 운영(? 참여?)하는 두 저자가 중국 농촌 지역 교육 현장에서 발견한 문제점들과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 해결책을 제시하고 실행에 옮긴 이야기들을 책으로 정리한 것인데, 모처럼 가슴이 웅대해지는 기분이었다.

인류의 1/5의 인구, 그 중에서 약 70%에 해당하는 농촌지역 아이들의 학습 수준을 제고하기 위한 "실천"이라니,

심장이 뛰지 않을 방법이 없다.

 

나이 50에 크레메라타 발티카를 창단한 크레머 옹의 연주도 보고 왔는데, 

나이 50엔 나도 뭔가 인류에 도움되는 일을 해야 하는 게 아닐까.

 

 

+ 진심으로 이런 책들 내겐 너무너무 재미있고 흥미로운데,

이런 거 주변에 추천하면 왜 이상한 책 읽는다고들 하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

 

Posted by 구이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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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린 이펙트

책일기 2022. 2. 21. 13:41
플린 이펙트 - 10점
제임스 플린 지음, 이금숙.조선희 옮김/Mid(엠아이디)

백만년만에 책 하나 읽자 하고 꺼냈는데, 이런, 서문부터 너무 재밌다.

인간은 정말 더 똑똑해지고 있는 걸까? 지능 검사 점수는 높아지고 있는데 기본 어휘나 산수능력은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면 더 똑똑해지는 건 어떤 부분일까? 

라는 부분까지만 읽어서 너무 궁금하다, 뒤에 이어질 이야기들이.

Posted by 구이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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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 - 10점
빌 게이츠 지음, 김민주.이엽 옮김/김영사

 

글쓴이는 좋아하지 않지만... 책은 어쩔 수 없이 취향이다.

ESG 관련 궁금했던 내용들의 답이 많이 들어있어서, ESG 관련해서 조금이라도 관심있는(지금의 세상을 살면서 없기가 어렵지 않나) 모두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인류의 생존 자체가 지구 환경, 기후에 독인 건 알겠는데, 그래서 얼마나, 무엇 때문에 해를 끼치고 있는가,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기후재앙을 피할 수 있을 것인가(일회용컵이나 빨대를 그만 쓰자는 이야기는 그만 듣고 싶다) 라는 것에 대해서 큰 틀을 좀 그려볼 수 있게 도와준다.

전기, 생산, 식량, 운송, 냉난방이라는 큰 틀에서 궁극적인 해결법이 무엇인지를 그린 프리미엄의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것도 좋고, 클린에너지라는 것을 어떻게 생산할 것인지, 태양열로 필요한 전기를 얻기 위해 얼마만큼의 땅이 소요되는지 등의 이야기도 이해에 도움이 된다.

 

다른 책도 좀 더 읽어봐야겠지만, 현재까지는 궁금했던 많은 것을 쉽게 이해하게 도와주는 데 이 책만한 것이 없어 보인다.

Posted by 구이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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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일기 2021. 12. 13. 10:46
듄 1부 : 듄 - 8점
프랭크 허버트 지음, 김승욱 옮김/황금가지

영화를 보고야 말았지. 영화는 잘 만들고 말야. (남주는 이쁘더라구. 작은아씨들 볼 땐 잘 몰랐는데;)

 

덕분에 백만년만에 소설, 2백만년만에 SF를 읽는 중이다.

원래 책읽으면서 각주가 뒤에 몰려 있으면 웬만해선 안찾아 읽고 그냥 쭉 읽어버리는 편이라, 듄이 읽기 어렵다는 건 이해가 안되었다. 그냥 첫부분이 지루해서 몰입이 안돼서 읽기 어렵다는 이야기였나 싶다.

여튼 이북으로 1200쪽이 넘는데, 대충 영화 내용까지는 한 700쪽 무렵까지 가야 맞춰진다.

 

초반엔 문장이 재미가 없고, 나름 설정이 너무 디테일한 덕분인지 각주는 넘쳐나고, 뒤로 갈수록 폴의 각성과 성장을 묘사하기 위해 형이상학적인 이야기들이 나오고, 전설과 신화적인 요소들을 넣어주기 위한 직관적이지 않은 노래 대사들까지... (톨킨에게 바치는 SF인가?)

읽기 편안한 책은 아니었지만, 원래 모든 읽기를 상세하게 하기보다는 대충 하는 사람이라 지루함만 이기면 된다, 하는 정신으로 읽다가, 갑자기 500쪽이 넘어가면서 재밌어지고, 폴이 아라키스 식의 성인이름을 고르는 데서는 크게 감탄하고 말았다.

예지력으로 보는 것은 정해진 하나의 길을 보는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갈림길을 보고 거기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선택의 결과를 미리 볼 수 있고, 그에 따라 어느 미래인가를 선택하는 것이구나, 라고 이해하고 있었는데,

폴은 본인이 태어나게 된 끔찍한 목적을 알고, 그 미래가 오게 하지 않도록 저항하기 위해, 스스로가 보지 못했던 미래의 이름을 선택한다. 폴의 예지력은 단선적인 미래를 알고 그 미래가 실현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이 무르익어 흘러가게 될 원하지 않는 미래의 운명을 피하고자 하는, 예측의 능력에 더 가깝다.

이것은 내가 늘 경탄해 마지 않는, 인간의 가장 아름다운 속성, 자유의지의 또 다른 찬양이다.

 

이제 폴(과 작가의 사상)에게 반하는 것까지 읽었고, 남은 듄은 즐겁게 읽어보도록 하자.

Posted by 구이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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