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의 책

책일기 2010. 12. 31. 21:37
앞으로 짧으면 1년, 길면 2년 정도는 연말엔 늘 보신각 타종과 함께 퇴근할 게 뻔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할 일은 많고, 사고도 쳤고, 갖은 걱정들이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지만, 올해가 가기 전에 간단하게 올해의 책이나 꼽아보렵니다.


★ 올해의 책
지금 어디선가 누군가 울고 있다
오랜만에 좋은 문장으로 눈을 씻은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올해의 책은 장석주 선생님의 책을 꼽습니다.
사실 선생의 책 중 읽은 것은 이게 유일합니다만.


★ 올해의 비소설
청춘의 독서

딱히, 할 말은 없습니다만, 좋은 책이었고, 좋은 책들을 많이 소개해주시네요.
읽어보셔도 좋을 듯.

언제나 그렇지만, 올해는 특히나 소설만 읽었나 봅니다.
눈에 띄는 비소설들이 더더욱 적습니다.

읽은 것들 중엔, 간송 전형필이 간송미술관에 대한 존경심을 명확하게 해주었고, 완벽한 가격은 이케아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접게 해주었습니다. 행복의 조건은 친구와 건강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금 강조해주었고, 욕망의 진화왜 똑똑한 사람들이 어리석은 결정을 내릴까는 새로운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습니다.


★ 올해의 소설집
봄빛

유쾌한 소설은 아닙니다만, 노년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들입니다. 의외로 이 소설이 지금 그냥 눈에 띄네요.

올해는 장편소설보다 소설집들이 괜찮은 게 많았네요.
그저 좋은 사람도 좋았었고, 모군이 추천해준 달려라 아비도 좀 부끄러웠지만 좋았고, 멋진 하루,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등이 귀여웠습니다.


★ 올해의 소설
올림픽의 몸값

주제가 너무 제 취향이죠.

더크 젠틀리 시리즈가 번역된 것도 고마웠고, 전혀 다른 장르에서 외려 재밌었던 도키오, 나름 재밌게는 읽었으나 뒤가 좀 아쉬웠던 무심한 듯 시크하게, 오랜만에 듣는 옛날 이야기 같은 장난감 도시, 청춘의 독서 덕분에 알게 된 멋진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작년부터 읽기 시작했던 캡틴 블루베어의 13과 1/2 인생, 죽은 황녀를 위한 파반느 등이 재밌었네요.


★ 올해의 로맨스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
하지만 무엇보다, 이 두 권의 연작 로맨스를 언급하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한 해입니다.
오랜만에 두근두근 설레면서 기쁘게 읽었습니다.;;
 



자아, 여기까지. 내년에는 올해 산 책들과, 선물받을 시집을 좀 읽어볼까 싶네요.
Posted by 구이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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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좋은 사람

책일기 2010. 12. 16. 14:35
그저 좋은 사람 - 8점
줌파 라히리 지음, 박상미 옮김/마음산책

인도계 미국인인 작가의 삶이 어땠을지 조금 짐작이 되는 이야기들.
부모와 자식의 세대차이라는 게 다른 나라에서 자란 이들만 할까 싶어서, 인도에서 자란 부모와, 그 부모들이 정착한 새로운 나라에서 태어나 자란 자식들의 차이가 보여지는 부분들이 인상깊다.
잔잔하게 다루는 어른이 된 자식들과 늙은 부모들의 이야기가 좋다.
Posted by 구이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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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 - 10점
신경림 지음, 송영방 그림/문학의문학

지금 어디선가 누군가 울고 있다,를 읽은 후에 같은 시리즈 중에서 제목이 좋아서 골라 읽은 책.
딱 제목만 봐도 느낌이 오지 않는가.
나도, 내 친구들도, 못나서 그런지, 만나기만 해도 나는 어찌나 좋던지 말이다.

책은 절반 정도는 신경림 시인의 성장기 이이기. 꽤나 암울했던 시대에 태어나 자라왔기에, 슬프고 아프고 어두운 일들도 많았던 성장기지만, 그걸 딱 정말 남의 일처럼 묘사한 것이 맘에 든다.
남의 일인 게지... 즐거운 일도, 슬픈 일도.

그리고 다른 시인들, 문인들과의 이야기가 반인데, 이쪽도 참 눈물나는 이야기들이 많다.

오랜만에, 시가 읽고 싶어진다.
Posted by 구이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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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어디선가 누군가 울고 있다 - 10점
장석주 지음, 송영방 그림/문학의문학

제목이 맘에 들어서 집어왔는데, 몹시 좋아서 좋다좋다 하면서 읽은 책.

맨날 번역된 소설들만 읽다가 오랜만에 제대로 된 우리말 문장들을 읽으니, 눈과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이었다.
소개된 문장들과 시도 좋았고, 내가 좋아했던 책을 번역했던 최승자 선생의 이야기도 반가웠다.

시를 시로 읽지 못하고, 이렇게만 읽을 수 있는 나로서는 고맙기 그지 없는 책이다.
Posted by 구이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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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 10점
하인리히 뵐 지음, 김연수 옮김/민음사

청춘의 독서에서 알게 되어 읽을 수 있었던 책이고, 그랬던 만큼 청춘의 독서에 별 하나 더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책임한 언론 때문에 카타리나 블룸 본인의 인생과 주변 사람들의 인생조차 엉망이 되는 상황을 보여주고, 언론에 대한 질타를 보내고 있다.

여전히, 언론에 의해 휘둘리는 우리를 생각해볼 때, 여전히 무서운 주제.

요즘엔 언론과 더불어서 인터넷 여론몰이 또한 한 가닥 하고 있으니 더 무섭다.
Posted by 구이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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