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전장일기 2024. 3. 16. 07:23

버스로 왕복해서 당일로 집에 다녀오기로 했다.
이 멀미날 것 같은 버스 냄새도 오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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샷을 추가하고 우유를 줄여달라해서 원하는 커피맛에 최대한 가깝게 되려나 했는데...
그렇게 쉬운 맛이 아니지...

Posted by 구이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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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fine dinner

전장일기 2024. 3. 15. 08:45

첫째로 취지가 좋았다.
30년 근속하신 선배님들의 보스가 되신 후배님께서 선배님들의 노고를 축하하는 자리였다.

두번째로 술이 멋졌다.
직접 일본에서 사왔다던 야마자키 12년산을 내놓으셨고, 달지 않고 적당한 산미의 리슬링 와인을 다섯병 준비해 오셨다.

세번째로 음식이 훌륭했다.
사장 내외가 본인들이 얼마나 좋은 재료를 특별하게 손질했는지에 대한 자부심으로 음식 설명을 하나하나 해주시고, 거기에 호스트인 보스를 위해 특별히 내놓는 음식들도 있다며 대접받는 기분을 느끼게 하셨다.
꼭 간장없이 드셔야 하고, 꼭 와사비 많이 넣어 드셔야 하고, 꼭 바로 드셔야 하는 음식들...

네번째로 곳곳에 놓인 생화 장식이 이뻤다.
내놓는 재료들 만큼이나 싱싱한 생화들이 다양하게 꽂힌 꽃병이 줄줄이 늘어서서 조화인가 만져보면 모두 생화였다.

다섯번째로 참석자들도 괜찮았다.
다들 적당히 분위기 맞추고, 대접을 기쁘게 받아주고, 옆에서 음식도 술도 훌륭하다고 추임새 넣어주고....
술을 강요하지도 않았고.



근데, 그냥 피곤하고 안가고 싶다...는 건 내가 문제겠지 ㅎㅎㅎ
너무 많이 먹는 자리가 다 싫다....
지금 많이 먹어둬, 나이들면 맛있는 것도 없어진다, 라고 하시던, 20년전 어떤 분의 말씀이 부쩍 생각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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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머리가 아파 타이레놀을 먹었다.
할일이 많을 때, 어느 수준 이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싶은데,
그걸 방해하는 요인들을 싫어하는 것 같기도 한데,
그렇다면 오늘 아무 일도 없이 노는 날이었다면 어제의 회식이 안싫었을 것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라서.
진짜 잘 모르겠다.

Posted by 구이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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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TvZlLyYa4DI?si=64uvoUJ1UKwGwF78


어쩔 수가 없이 좋으네.

현악기는 사실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는데 갈수록 반복해 듣게 되는 걸,
생각보다 편안해져서 쳄발로보다 비올라 다 감바 소리에 집중하게 되는 걸,
그저 어쩔 수가 없다.

Posted by 구이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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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수 있죠

전장일기 2024. 3. 10. 21:29

새 필라테스 선생님과 본격적인 첫수업을 무사히 마쳤는데,
선생님의 말버릇 하나가 맘에 든다.

"그럴 수 있죠."

이 단호한 어투를 들려주고 싶다.
본인에게는 너무나 낯설지만, 그래 분명 그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강한 긍정.
글로는 묘사할 수 없는 이 짧은 말버릇이 퍽 맘에 든다.
(주로 "아뇨, 그 동작은 불가능한데요"라거나 "힘이 빠져서 더 못하겠어요"따위의 놀랍게 빠른 나의 포기 선언에 대한 대꾸라서 더 맘에 드는지도;;)

더불어 어제는 인상깊은 말씀도 남기셨다.
"많은 회원님들이 통증 때문에 오시는데, 통증을 너무 익숙해하진 마셨으면 좋겠어요. 그런 분들이 개선 속도가 좀 느린 거 같더라구요."
승모근이 너무 딱딱하게 굳어있다는 말씀에 40년째 굳어있다고 답하니 하셨던 이야기인데, 어쩐지 와닿는 게 있었다. 때로 우리는 익숙해져서 그냥 두는 것들이 있지만 사실 그건 그렇게 둬도 되는 게 아닌 것인 경우도 왕왕 있다는 것. 필라테스는 체력철학수업이었다.

Posted by 구이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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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일기 2024. 3. 9. 14:18

카메라가 너무 파랗게 담아내긴 했지만 봄이었다.
해마다 뛰쳐나가게 만드는 봄 하늘의 날은 어제와 오늘인 것으로.

Posted by 구이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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