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가지가 높아 그런가 새순 나는 걸 보지도 못했는데
모르는 새, 잎들이 스카이라인을 바꿔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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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동네엔 정이 붙지 않는다.
아이 입시가 끝나고 여기를 벗어나 한적한 곳으로 이사갔다는 동료 이야기를 들었다.
어쩌면 이 동네는 디아스포라의 임시 캠프같기도 하다.
돌아갈 곳이 남아있을까.

Posted by 구이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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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전장일기 2024. 4. 17. 16:07

- 그래서, 결국 아무말도 못하고 그냥 돌아왔지.
- 그래, 알아. 어쩔 수 없지.
하고 싶은 말은 할 수가 없고, 할 수 있는 말 중엔 하고 싶은 말이 없으니, 침묵할 수 밖에.
- 근데 말야, 가끔은, 하지 못한 말들에 짓눌려 질식할 것 같은 때가 와.



그러나 나를 웃어다오 웃어다오
모든 땅의 사람들 특히 이 땅의 인사들이여
내 감히 말하지 않은 것 너무나 많기에
그대들이 말하지 말라 한 것 너무나 많기에
나를 가엽게 여겨다오

기욤 아폴리네르, 빨강 머리 예쁜 여자
- 4321 2권 378쪽

Posted by 구이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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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

전장일기 2024. 4. 12. 17:11

J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J가 볼 때 내 단점은 뭐냐고.
나름의 친절함으로 J가 이야기해준, 내가 못고칠 나의 단점은,
기복이 있어서 가끔 건드리면 안될 거 같아 보이게 아무것도 안할 때가 있다는 점이었다.

그게 요즘이고, 오늘이 그 절정인가 보다.
아무 것도 하기 싫다.
힘주지 않아도 손대는 시늉만 해도 굴러가는 일상 외에, 뭐 하나 더 하기가 귀찮다.

진짜 아무것도 안하고 있지만,
더더욱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

Posted by 구이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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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전장일기 2024. 4. 12. 13:46

원래도 관심이 많았지만, 최근에 부쩍 더 관심을 가지고 있는,
assisted dying이 영국에서의 입법안과 함께 영국판의 표지가 되었다고,
Zanny 편집장께서 친히 메일을 주셨다.

기사를 대충 보니, 생각보다 캐나다나 네덜란드에서의 Assisted dying의 비중이 높았고,
스위스 뿐 아니라 벨기에, 오레곤에서는 이미 시행되어 왔고,
프랑스와 영국에서는 입법안이 제출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줄어드는 느낌이 없는 목표 여생이 20년은 넘고 30년은 안되지만,
이혼율의 증가, 동성결혼의 합법화 속도보다 조금 빨라진다면,
굳이 스위스에 가지 않아도, 삶을 끝낼 자유, 그 방법과 시기를 선택할 권리를 여기서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기대를 해본다.

Posted by 구이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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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ale

선곡일기 2024. 4. 12. 09:07

https://youtu.be/1e7_WE1tkSQ?si=nP4q_5FpH5d0Sxxn


계절이 바뀌고 플레이리스트도 조금 바꿔야겠다 싶어, 피아졸라로 시작했는데,
너튜브가 자꾸 일본 가수들을 틀어대서, 역시 넌 아직 아냐, 라고 생각하다가,
스포티파이로 넘어갔더니, 얜 아주 성실하게 피아졸라시군요 하며 피아졸라만 내내 틀어댄다.
오랜만에 Finale를 반복 재생 중.

Posted by 구이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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