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일기'에 해당되는 글 156건

  1. 2024.02.11 바디 1
  2. 2024.02.01 도둑맞은 집중력
  3. 2023.04.24 리센코의 망령
  4. 2023.04.24 카이사르의 마지막 숨
  5. 2022.09.05 보이지 않는 중국
  6. 2022.02.21 플린 이펙트
  7. 2022.01.06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
  8. 2021.12.13 1
  9. 2021.07.01 글이 만든 세계
  10. 2021.05.24 기후 정의 - 메리 로빈슨
  11. 2021.01.27 **하다는 착각 1
  12. 2021.01.25 도시는 왜 불평등한가
  13. 2020.11.10 암 : 만병의 황제의 역사
  14. 2020.09.22 바이 존, 바이 폴 4
  15. 2020.07.31 The measure of all things - 켄 앨더

바디

책일기 2024. 2. 11.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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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 우리 몸 안내서 | 빌 브라이슨 - 교보문고

바디: 우리 몸 안내서 | 하나뿐인 몸으로 평생을 살아가는 우리를 위한 몸에 안내서!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의 역사를 탐험한 《거의 모든 것의 역사》의 저자 빌 브라이슨이 이번에는 우리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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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전에 읽었던 무케르지의 유전자 책이 너무 세세해서 그렇기도 할테고, 워낙이나 광범위한 이야기를 다 다루려고 하다보니 더욱 그랬을 것 같은데, 정말 우리 몸을 후루룩 훑고 지나가버린 느낌이다.
브라이슨의 다른 책들만큼 재밌다!(웃기다?)는 아니었지만, 중간중간 킥킥거리기는 가능했고, 특유의 딴 이야기도 너무 많지 않나 싶게 여전했다. (제롬K제롬의 의학사전 읽는 장면은 나도 너무 좋아하는 부분이라 웃지않을 수가 없었고. )

의학이 역사상 인간에게 도움이 된 것은 아주 적은 경우였을 뿐, 해가 되지 않았다면 다행이라는 말도 책 읽다보면 공감이 된다.
무케르지와 브라이슨이 말했듯이, 우리는 아직 우리 몸을 너무 모르고, 안다한들 치료할 수 없는 것은 너무 많은데, 알츠하이머가 1907년 첫 사례를 보고한 이후, 아직까지 효과적인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상황에서, 화이자가 알츠하이머와 파킨슨 약 개발을 포기하고 뭘 하고 있는지 퍽 궁금해진다.

+
건강한 사람에 대한 정의가 멋지다.
'검사받지 않은 사람'

자, 올해도 어디가 안건강한지 모두 확인하러 가보자.

 

 

++

브라이슨이 해주는 너는 존재 자체가 기적이야, 같은 말을 듣고 있으면 조금 마음이 따뜻해진다.
(어디가? 라고 묻는다면 이제 70쪽 읽었지만 온통, 모든 문장이, 라고 답할 수 밖에.)

 

 

이것이 우리 자신에 관한 가장 놀라운 점이라는 데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우리가 쓰레기 더미에서도 찾아낼 수 있는 것들과 동일한 불활성 성분들을 그냥 그러모은 것에 불과하다는 점 말이다. 이전에 다른 저서에서도 했던 말을 여기에서 다시 한번 하련다. 그럴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를 이루는 원소들에 특별한 점이 있다면, 바로 우리를 이루고 있다는 것뿐이다. 그것이 바로 생명의 기적이다.

- 13쪽

 

몸은 종종 기계에 비유되고는 하는데, 그보다는 훨씬 더 뛰어나다. (대체로) 정기 수리를 받거나 예비 부품으로 교체할 필요 없이 하루 24시간 내내 수십 년간 가동되고, 물과 몇 종류의 유기화합물로 작동하며, 부드러우면서 조금은 사랑스럽고, 이동성과 융통성을 갖추고, 열정적으로 스스로 번식을 하고, 농담을 주고받고, 애정을 느끼고, 저녁노을을 감상하고, 시원한 산들바람을 느낀다. ... 당신은 진정으로 경이로운 존재이다.

- 19쪽

 

존재에 관한 기이하면서 직관에 반하는 한 가지 사실은 광자는 아무런 색깔도 없고, 음파는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으며, 후각 분자는 아무런 냄새도 없다는 것이다. ..... 삶을 풍성하게 하는 이 모든 것들은 우리의 머릿 속에서 만들어진다.

- 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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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집중력

책일기 2024. 2. 1. 13:11
도둑맞은 집중력 - 10점
요한 하리 지음, 김하현 옮김/어크로스

확실히, 나도 집중력을 도둑맞아서, 몇달을 들고 다니다가 겨우 끝을 냈다.

 

구글이 내 집중력을 빼앗기 위해 혈안이라는 이야기나,

무한 스크롤 기능을 개발한 개발자의 이야기 모두 흥미로웠고,

페이스북이나 유투브가 사람들을 어떻게 극단적인 성향으로 몰게 되는지도 꽤 설득력이 있다.

아직은 페이스북도 유투브도 잘 하지 않는 나에겐 시간이 있겠지만, 그 다음 세대들, 그리고 이미 책보단 유툽에 더 길들여진 윗세대들 모두 걱정스러워진다.

우선은 앱들 알림을 좀 다 꺼버리긴 했다;;

 

아래의 동물들에게 진정제를 처방한 의사의 말과 달리 규제를 통해 우리가 가진 것을 더 늘리는 것이, 과거에 유연휘발유를 금지시킨 경험과, 영국의 석탄발전을 금지시킨 활동가를 만난 이야기를 통해, 가능하지도 않을까 하는 희망을, 조금 가져보게 된다.

 

 

 

'제 말은, 현실은 선택이 아니라는 겁니다. 현실은 우리에게 주어진 거에요. 안 그래요? 그러니 지금 가진 것 안에서 노력해야 해요.'

-3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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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센코의 망령

책일기 2023. 4. 24. 09:19
리센코의 망령 - 10점
로렌 그레이엄 지음, 이종식 옮김/동아시아

중학교때까진 과학시간이 재밌었던 것 같기도 하다.

1학년때였나 과학 선생님이 뒤통수를 만지시곤, 뒤짱구(라서 머리가 좋은 애)인가? 라고 하실 만큼 과학시간의 천재로 취급되기도 했었고.

곧, 전혀 과학천재와는 백만광년쯤의 거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카이사르의 마지막 숨에 이어 이번엔 뭔지도 모르고 시작한 유전학 관련 책이다.

 

+

신기하네 하고 꾸역꾸역 읽어두었던 책은 올해 다 읽은 무케르지의 책과 연결이 되면서, 좀 더 이해가 되었다. 꼭 리센코의 이론에 대한 검증 뿐 아니라, 그가 러시아 과학계에 미친 영향까지 정확하게 묘사하기 위해 작가는 꽤 노력을 기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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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사르의 마지막 숨 - 10점
샘 킨 지음, 이충호 옮김/해나무

 

서문에서 음? 이게 사실에 입각한 문장인가? 라는 생각이 잠깐 들면서 흠칫, 계속 읽어야 할까 생각이 드는 마당에,

올리버 색스, 빌 브라이슨에 견줄 작가라는 찬사가 띠지 뒤쪽에 떡하니 박혀있는 것을 뒤늦게 발견, 과하지 않나, 라는 생각까지 드니, 옆눈뜨고 조금만 더 하면서 읽다가, 사망자가 57명이나 되었던 1980년 미국의 화산 폭발 이야기는 흥미로웠고, 결정적으로 오늘 아침엔 너무 취향의 농담까지 나오니 얼른 읽어야지, 의 마음이 되었다.

 

음.... 재밌었다.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도 많았지만, 워낙이나 이해가 안되는 부분을 통으로 넘겨버리는데 도가 튼지라,

재미를 느끼는데 크게 방해가 되지 않았다.

 

액화하는데 가장 오래 걸린 기체가 헬륨이라거나, 왜 하늘이 파란색으로 보이는지, 질소가 많은 공기 덕분에 생명체들이 살고 있다던가, 재미있는 기체 관련 이야기가 너무너무 많아서, 책 좋아하는 아이들이 읽으면 참 좋겠다 싶은데, 주변에 별로 없기도 하고, 좋아하는 아이들은 이미 공부로 너무 바쁘니... 권할 데가 없어 아쉽다.

 

 

 

p.68

두 진영은 마침내 국가별로 갈라졌는데,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위스 지질학자들은 화산 분화설을 지지한 반면, 미국과 독일, 일본 지질학자들은 점진적 축적설을 지지했다. 이를 지켜본 한 사람은 "비전문가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국기를 흔드는 것 외에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라고 한탄했다. (나는 오늘날 대다수 전문가들이 점진적 축적설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언급하고 싶지만, 나는 미국인이기 때문에 아마도......)

- 괄호에 넣었을 뿐 아니라 글자 크기도 줄인 세심함에 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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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중국 - 10점
스콧 로젤.내털리 헬 지음, 박민희 옮김/롤러코스터

백만년만에 책 한권을 완독했다.

읽기 시작한 책들은 이것저것 많은데 당최 끝내는 게 없어서 내 어느 구석에 문제가 생겼나 라고 걱정했는데,

이 책 덕분에 다시 남탓(책이 재미없어서)할 수 있게 되었다.

 

Rural Education Action Program을 운영(? 참여?)하는 두 저자가 중국 농촌 지역 교육 현장에서 발견한 문제점들과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 해결책을 제시하고 실행에 옮긴 이야기들을 책으로 정리한 것인데, 모처럼 가슴이 웅대해지는 기분이었다.

인류의 1/5의 인구, 그 중에서 약 70%에 해당하는 농촌지역 아이들의 학습 수준을 제고하기 위한 "실천"이라니,

심장이 뛰지 않을 방법이 없다.

 

나이 50에 크레메라타 발티카를 창단한 크레머 옹의 연주도 보고 왔는데, 

나이 50엔 나도 뭔가 인류에 도움되는 일을 해야 하는 게 아닐까.

 

 

+ 진심으로 이런 책들 내겐 너무너무 재미있고 흥미로운데,

이런 거 주변에 추천하면 왜 이상한 책 읽는다고들 하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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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린 이펙트

책일기 2022. 2. 21. 13:41
플린 이펙트 - 10점
제임스 플린 지음, 이금숙.조선희 옮김/Mid(엠아이디)

백만년만에 책 하나 읽자 하고 꺼냈는데, 이런, 서문부터 너무 재밌다.

인간은 정말 더 똑똑해지고 있는 걸까? 지능 검사 점수는 높아지고 있는데 기본 어휘나 산수능력은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면 더 똑똑해지는 건 어떤 부분일까? 

라는 부분까지만 읽어서 너무 궁금하다, 뒤에 이어질 이야기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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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 - 10점
빌 게이츠 지음, 김민주.이엽 옮김/김영사

 

글쓴이는 좋아하지 않지만... 책은 어쩔 수 없이 취향이다.

ESG 관련 궁금했던 내용들의 답이 많이 들어있어서, ESG 관련해서 조금이라도 관심있는(지금의 세상을 살면서 없기가 어렵지 않나) 모두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인류의 생존 자체가 지구 환경, 기후에 독인 건 알겠는데, 그래서 얼마나, 무엇 때문에 해를 끼치고 있는가,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기후재앙을 피할 수 있을 것인가(일회용컵이나 빨대를 그만 쓰자는 이야기는 그만 듣고 싶다) 라는 것에 대해서 큰 틀을 좀 그려볼 수 있게 도와준다.

전기, 생산, 식량, 운송, 냉난방이라는 큰 틀에서 궁극적인 해결법이 무엇인지를 그린 프리미엄의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것도 좋고, 클린에너지라는 것을 어떻게 생산할 것인지, 태양열로 필요한 전기를 얻기 위해 얼마만큼의 땅이 소요되는지 등의 이야기도 이해에 도움이 된다.

 

다른 책도 좀 더 읽어봐야겠지만, 현재까지는 궁금했던 많은 것을 쉽게 이해하게 도와주는 데 이 책만한 것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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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일기 2021. 12. 13. 10:46
듄 1부 : 듄 - 8점
프랭크 허버트 지음, 김승욱 옮김/황금가지

영화를 보고야 말았지. 영화는 잘 만들고 말야. (남주는 이쁘더라구. 작은아씨들 볼 땐 잘 몰랐는데;)

 

덕분에 백만년만에 소설, 2백만년만에 SF를 읽는 중이다.

원래 책읽으면서 각주가 뒤에 몰려 있으면 웬만해선 안찾아 읽고 그냥 쭉 읽어버리는 편이라, 듄이 읽기 어렵다는 건 이해가 안되었다. 그냥 첫부분이 지루해서 몰입이 안돼서 읽기 어렵다는 이야기였나 싶다.

여튼 이북으로 1200쪽이 넘는데, 대충 영화 내용까지는 한 700쪽 무렵까지 가야 맞춰진다.

 

초반엔 문장이 재미가 없고, 나름 설정이 너무 디테일한 덕분인지 각주는 넘쳐나고, 뒤로 갈수록 폴의 각성과 성장을 묘사하기 위해 형이상학적인 이야기들이 나오고, 전설과 신화적인 요소들을 넣어주기 위한 직관적이지 않은 노래 대사들까지... (톨킨에게 바치는 SF인가?)

읽기 편안한 책은 아니었지만, 원래 모든 읽기를 상세하게 하기보다는 대충 하는 사람이라 지루함만 이기면 된다, 하는 정신으로 읽다가, 갑자기 500쪽이 넘어가면서 재밌어지고, 폴이 아라키스 식의 성인이름을 고르는 데서는 크게 감탄하고 말았다.

예지력으로 보는 것은 정해진 하나의 길을 보는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갈림길을 보고 거기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선택의 결과를 미리 볼 수 있고, 그에 따라 어느 미래인가를 선택하는 것이구나, 라고 이해하고 있었는데,

폴은 본인이 태어나게 된 끔찍한 목적을 알고, 그 미래가 오게 하지 않도록 저항하기 위해, 스스로가 보지 못했던 미래의 이름을 선택한다. 폴의 예지력은 단선적인 미래를 알고 그 미래가 실현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이 무르익어 흘러가게 될 원하지 않는 미래의 운명을 피하고자 하는, 예측의 능력에 더 가깝다.

이것은 내가 늘 경탄해 마지 않는, 인간의 가장 아름다운 속성, 자유의지의 또 다른 찬양이다.

 

이제 폴(과 작가의 사상)에게 반하는 것까지 읽었고, 남은 듄은 즐겁게 읽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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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만든 세계

책일기 2021. 7. 1. 11:09

 

글이 만든 세계 - 10점
마틴 푸크너 지음, 최파일 옮김/까치

날이 갈수록 즐겁게 읽을 책이 줄어든다.

(=까탈스러움이 점증하고 있다, 더욱더 지랄맞아지고 있다)

 

내가 모르는 이야기를 해주어야 하고,

내가 좋아하는 문장이어야 하고, (문장의 스타일 분석능력은 없는데, 어떤 문장은 좋아하고, 어떤 건 싫어하는 건 명확함)

적당히 어려워야 하고 (Flow의 상태, 너무 어려우면 지쳐버리고, 너무 쉬워도 흥미를 유지하지 못함)

이런 정도의 조건을 첫 몇 장에서 다 만족시켜줘야 하기 때문에,

읽다가 마는 책이 엄청나게 늘었다.

 

몇 권의 책을 잡았다 내려놓고,

오늘 집어든 이 책은, 우선 고풍스럽다.

책 표지 안쪽의 앞날개에 책소개를 하다가, 뒷날개에 계속, 이라고 써놨다.

여기서 호감 +1.

게다가 이 고풍스러운 표지에 맞지 않게, 책은 아폴로 8호의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지구를 우주에서 바라본 첫 인물들이, 지구돋이(Earthrise)를 바라보며 했던 표현들로 시작하는 책이라니, 우선 별 다섯 개 주고 읽기 시작한다.

 

 

+ 너무 재밌다 ㅜ.ㅜ 몇달이나 책장에서 기다리게 해서 너무 미안할 정도로 재밌다.

 

+ 겐지모노가타리가 무슨 내용인지 드디어 알게 되었다. 미술사 시간에 나와서 신기해했던 것만 기억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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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정의 - 10점
메리 로빈슨 지음, 서민아 옮김/필로소픽

요즘 책 고르고 사고 읽는 방식은 대충,

1. 트위터에서 격찬하는 책 관련 트윗을 마음에 들어요에 저장

2. 생각날 때 트위터에서 찍어둔 1의 책들을 장바구니에 담기 (마음에 들어요는 취소)

3. 두세달에 한 번 읽(고 싶)을 게 없다 싶을 때 그 중에 서너권 주문

이런 식인데, 1은 발견시 마다, 2는 보통 책 사고 싶을 때마다, 3은 두세달에 한번 꼴(분기 1회 정도?)의 주기로 하는 일이라,

산 책을 궁금해했던 것은 대략 3개월보다 이전의 일이라 막상 책을 받고 나면 이 책을 누가 추천했고 내가 왜 읽어봐야지 하고 생각했는지 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기후 정의도, 어떤 추천이 기억에 남았는지 통 기억 못하고, 받아서 한참을 책꽂이에 두었다가,

들고 다니기만 2주째 하다가 드디어 오늘!

읽기 시작했는데, 재밌을 거 같다. 우선 이렇게 열심히 신념에 따라 산 여자들은 존경심을 가지고 읽게 되니까.

아직까진 트럼프 당선 때문에 왜 마음 졸였는지까지만 이해했지만, 더 이해하게 되길.

 

(최근 ESG 관련 이것저것 읽고 듣고 하는데 알수록 정말 욕나오게 어려운 프레임들이란 생각이 드는데, 메리 로빈슨이 날 도와주길 바란다. 욕 안나오게 쉽게 이해하는 법을 알게 해주거나, 욕이 나오더라도 이해해야만 한다는 당위성을 갖게 되거나 어느 쪽으로라도.)

 

 

+ 멋진 여성들이 많아서 지구가 멸망하거나, 인류가 멸절하지 않고 버티는 거 같다.

메리 로빈슨과, 책에서 소개하는 풀뿌리 운동가들, 모두 너무 멋져서, 앵두였던가, 마을의 장로들에게 해결될 거에요, 하고 대답하지만 금방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기술할 때는 왠지 눈물까지 났다.

욕나오게 어렵지만, ESG 관련 공부는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 로빈슨처럼 손자들의 미래를 위해 꾸역꾸역해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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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다는 착각

책일기 2021. 1. 27. 14:31
공정하다는 착각 - 6점
마이클 샌델 지음, 함규진 옮김/와이즈베리

70쪽 정도 읽었는데, 재밌다.

앞서 읽은 도시는 왜 불평등한가의 통계에서도 드러났던, 왜 민주당 지지자가 많은 곳에서 소득 격차는 더 벌어지고, 젠트리피케이션 발생 가능성이 더 높게 나타나는가, 라고 했던 원인이 이 책에서 설명되는 이 행운의 독서라니.

(이 책을 먼저 읽었으면 이해를 더 많이 하면서 읽었을 책인가.)

그 원인을 약자와 패자의 편에 섰던 좌파들이 시장경제 논리에 매몰되기 시작한 80년대부터 찾으면서, 힐러리 클린턴이 선거 패배 후에, '나는 미국 GCP 2/3를 담당하는 지역에서 지지를 받았으며, 트럼프는 흑인과 여성을 무시하는 지역에서지지를 받았다'는 고백이, 민주당은 엘리트들의 지지를 받았다는 것과 같으며, 이것이 얼마나 모욕적인 언사였는지를 지적한다.

 

우리가 집안의 후광을 정당하다 여기지 않는 것처럼, 타고난 재능(많은 경우 피나는 노력과 혼재되어 보여지기도 하는)에 바탕한 사회적 지위와 부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에 공감하지만, 결국, 지금 문제의 능력주의에 기반한 사회를 바꿀 아이디어가 무엇인가, 라는 것이 궁금했다. 추첨제 대학선발 아이디어는 꽤 괜찮아 보였고, 최저임금 상향 외에는 딱히 직업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아이디어가 샌델에게도 없다는 것이 조금 아쉽기도 하지만, 샌델이 모든 해결책을 갖고 있을 수 없고, 우리에게 이런 화두를 던지고, 이로 인해 사회가 다시 가야할 방향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는 계기가 된다면 그걸로도 충분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든다.

 

이책을 읽고서든, 다른 계기로든, 지금 이건 아니잖아, 라고 많이들 생각해주길.

 

 

 

+ 책은 정말 흥미롭고 재밌는데, 갑자기 회사 사내방송에서 10여분을 할애하여 책 소개를 하고 샌델의 TED를 틀어주고,

Ultimate Boss가 추천을 하고, 아 뭐지, 이 베스트셀러를 읽는 생소한 기분이란. 누구와 이야길 해도 그래 그 책 말이지, 라고 이야기해줄 거 같지만 결국 주변의 누구도 읽지 않았네.

 

 

+ 큰분과 이야기하다가, 큰분이 정말 놀랍도록 요즘 학생들의 능력주의 사고에 바탕한 발언을 하셔서,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를 살짝 언급해봤으나,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듯하다. 한참, 너에게 중요한 시기라고 안팎으로 채찍질 당하고 있는 시기이다 보니 더 그렇겠지만, 조금은 다르게, 여유있게 생각해볼 여유도 가져보라고, 슬며시 다 읽은 책을 큰 분 책 선반에 올려두었다. (안읽을 게 너무나 뻔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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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왜 불평등한가 - 4점
리처드 플로리다 지음, 안종희 옮김/매일경제신문사

책선생님 추천으로 읽었는데, 이런 주제가 영 내겐 재미가 없다.

직업의 지리학도 그냥 그랬는데, 이 책은 그냥 그런 것보다 못하다 =_=

모르는 도시에 대한 통계 조사 너무 많이 나오고, 그 통계가 의미하는 바를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뒤에서 원인과 해결책을 제시하겠다고 해서 꾸역꾸역 읽었더니,

첫번째 해결책이 토지보유세를 토지가치세로 바꾸는 것이었는데, 이게 아주 이해가 안되는 개념(토지를 더 활용-고층으로?-할 수록 세금을 할인해주는 개념이라고 하는데 잘 활용이라는 정의는 어떻게 할 것이며,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이라, 한 번 욕이 나왔고,

그 뒤의 다른 해결책 중 하나는 서비스 노동층이 60년대 블루칼라 노동자처럼 소득 중간계층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개념이었는데, 그건 좋은데, 그 방법론이 최저임금제라는 것에서 또 욕이 나와서, 책은 시원하게 팔아치웠다.

 

그런데, 결국 젠트리피케이션도 소득불균형, 특히 미국에서는 인종까지 엮여진 불평등의 확대라는 분석은 기억에 남긴 한다. 

그래서, 다음으로는 공정하다는 착각으로 불평등 해소 방법을 찾아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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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 만병의 황제의 역사 - 10점
싯다르타 무케르지 지음, 이한음 옮김/까치

추천받아 사놓고 안 읽은지 1년은 된 기분인데,

이건 순전히 추천인이 잘못했다.

 

시작부터 엄청나게 재밌고 흥미롭다고 강조해주지 않은 덕분에 내가 여태껏 사놓고 이 재밌는 책을 읽지도 않지 않았나!

 

주변에서 가까운 사람들이 가벼운 초기에서 발견되어 경과가 아주 좋긴 하지만 훨씬 자주 "암"이라는 진단을 받아서, 이 참에 너는 무엇이냐,의 차원에서 시작했는데, 이 무거운 책을 들고 나올 것인가 망설임이 아주 잠깐이었을 정도로 재밌다, 아주, 몹시, 대단히! 

 

+ 윗 글을 쓸 때 난 고작 3~40 쪽을 읽었을 뿐이고,

열흘이 지난 오늘 300쪽 남짓을 읽고 있는데, 이 무렵 책이 갑자기 암의 전기에서 금연 설득으로 전환되었다.

담배가 언제 어떻게 급격하게 퍼졌으며, 폐암과 흡연과의 관계가 연구 초기부터 얼마나 명확하게 보였었는지를 이야기해주고 있다.

 

+ 위의 덧글 이후 약 열흘은 로맨스 읽느라 바빴는데, 로맨스 진도가 너무 느려터져서, 암의 역사로 돌아오니, 로맨스보다 얘가 더 재밌어 =_= 반성해라 로맨스. 

팝 스미어 검사의 창안자인 파파니콜라우의 2가지 발명을 "20년간 완전히 쓸데없는 발명 두 가지를 했다"라고 묘사할 때 쓸데없는 짓 매니아는 빵 터지고 마는 것이며, 유방촬영술이라는 것이 암을 예방하거나 생존율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는데 수십년이 걸렸다고 하는데, 왜 나와 내 주변에서는 매년 그 검사를 받고 있어야 하는지는 계속 읽어보면서 알아내야 할 문제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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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 존, 바이 폴

책일기 2020. 9. 22. 09:45

 

소설류를 잘 읽지 않게 된지 명확하게는 3년, 희미하게는 5년에서 10년.
무라카미 류와 하루키를 보냈듯, 폴 오스터와 존 쿳시를 보낸다.
 
좀 더 젊었을 때 읽어서인지 폴 오스터 쪽은 한 권 한 권 대강의 내용들이 생각나는데 비해,
(그런 의미에서 미스터 버티고와 리바이어던은 살짝 한 귀퉁이에 숨겨놓은 건 비밀;;)
존 쿳시 책은 느낌만 대충 뭉뚱그려서, 뭐가 옳은 지 알지만 뭘 어쩔 수 없는 허허롭고 무력한 그런 느낌, 정도로만 기억이 난다.
다만, 8권의 책을 주르륵 세워놓으니, 한창 그의 문장에 빠졌었다는 것, 8권을 읽어치울 동안 질리지 않았다는 것은 명확하게 알겠다.
 
All the best for both of you, Paul and Jo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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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오스터가 지난달 말일에 별세하셨다.
삼가 명복을 빕니다.

살아있는 자들이 쓴 글을 읽지 않는다, 라고 하면서 죽은자인양 모든 책을 읽어대던 이야기꾼이었는데, 어느 순간 더 읽지 않았다. 정성들인 별세 기사를 보다 오스터의 마지막 소설은 궁금해져서 읽어볼 예정이다.
https://www.hani.co.kr/arti/culture/book/1138909.html#cb

‘뉴욕 3부작’ ‘우연의 음악’ 쓴 미국 작가 폴 오스터 별세

‘뉴욕 3부작’ ‘4 3 2 1’ 등의 소설과 함께 “동시대 미국의 가장 위대한 문장가”로 평가받는 미국 작가 폴 오스터가 30일 별세했다. 향년 77. 뉴욕타임스 등 외신은 폴 오스터가 폐암 합병증으

ww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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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오래된 수첩에서 어느 책에서 베껴놓은 건지 써놓지 않아도 알 것 같은 문장을 발견했다.
어느 책, 어떤 부분에서, 누가, 누구에 대해서 언급한 것인지까지 너무 알겠는.


That was one of the things that most appealed to me about him : the purity of his ambitions, the absolute simplicity of the way he approached his work. It sometimes made him stubborn and cantankerous but it also gave him the courage to do exactly what he wanted to 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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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kiddo," she said. "Did you miss me?"
"Nonstop," he said. "From the minute I last saw you until now." He delivered the line with enough bravura to make it sound like a joke, a bit of facetious banter, but the truth was that he meant it.
- p.235

Posted by 구이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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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에서 어떤 분이 이해할 수 없는데 웃겨서 쓰러지시는 게 너무 궁금하기도 하고,

뭔지 알아둬도 쓸데없을 재미가 있을 거라는 강한 예감에 시작.

 

읽기 시작하자 마자, 예감이 맞았다는 생각이 든다.

Posted by 구이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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