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헤슬러의 중국3부작 중 마지막 권을 읽고 있다. 너무나 아쉽게도 더는 없다.

 

아직 다 읽진 않았고, 1/3쯤 읽었는데,

세번째 컨트리 드라이빙에서 저자는 만리장성을 따라 중국도로를 운전하며 여행한 경험담을 다루고 있다.

 

만리장성을 따라 움직이고 있으니, 만리장성의 역사, 그 지역의 생활상을 궁금해하고 기술하는 건 당연한 일인데,

오지라퍼 저자께서는 여기에 그치지를 않는다.

오라클 본즈에서도 참 희한한 것을 파는구나, 라고 생각했었는데,

(갑골문자 발굴 현장에서, 수십년전에 죽은 고고학자의 생애를 캐고 있었으니...)

이번엔 아예,

중국에서 길을 물을 때 지도를 꺼내드는 순간 난리가 나므로 절대 꺼내면 안되더라, 라는 개인적 경험에서 시작하여,

기원전 2세기에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지도를 만들었던 민족이 왜 이렇게 지도에 무지한가를 거쳐,

시장에서 구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지도를 만드는 국영회사에 인터뷰를 간다거나,

운전하고 있는 렌트카에서 비롯하여 중국 자체 자동차 회사의 테스트 드라이빙에 통역자로 참석하기도 한다.

 

그야말로 사고의 흐름을 충실히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의 표본이다.

(아무말 대잔치처럼 사고의 흐름을 입밖으로 내놓는 게 아니라 그걸 행동으로 옮기기까지 하고 있으면, 이건 아무짓 대잔치려나.)

 

 

P 266.

Wei Ziqi가 주차된 차를 옮기다가, 앞 범퍼를 다 찢은 렌트카를 돌려주려 감.

 

Back in Beijing, when Mr. Wang saw the car, his eyes widened.

"Waah!" he said "How did you do that?"

"I didn't", I said. "I let somebody else drive. I'm sorry, I shouldn't have done that." I began to descrive Wei Ziqi's lack of experience with cars that had front ends, and Mr. Wand looked confused' the more I expanded on this topic, the blanker his expression became. I realized that if I continued with all the relevant details-the Liberation trucks, the Shunyi driving school regulations about starting in second gear, the Jetta-sised Great Wall in Sancha village-Mr. Wang's head would probably explode. At last I abandoned the story and offered to pay for the bumper.

"Mei wenti!" Mr. Wand said, smiling. "No problem! We have insurance! You just need to write an accident report. Do you have your chop?"

In China, the chop is an official stamp, registered to a company. My formal registration was in the name of the New Yorker magazin's Beijing office, although in fact this operation consisted of nothing more than me and a pile of paperwork. I almost never used the chop, and I told Mr. Wang that it was at home.

"Mei wenti!" he said. "Just bring it next time." In the rental car office, he opened a drawer and pulled out a stack of papers. Each was blank except for a red stamp. Mr. Wand rifled through the pile, selected one, and laid it in front of me. The shop read: "U.S.-China Tractor Association."

"What's this?" I said.

"It doesn't matter," he said. "They had an accident, but they didn't have their chop, so they used somebody else's. Then they brought this page to replac eit. Now you can write your report on their page, and next time bring a piece of paper with your chop, so the next person can use it. Understand?"

I didn't-he had to explain this arrangement three times. Finally it dawned on me that the wrecked bumper, which hadn't been my fault, and in a sense had not been Wei Ziqi's fault either, because of the unexpected front end, would now be blamed on the U.S-China Tractor Association.

 

 

너무나 아쉽게 3부작을 다 읽어치웠다.

본래의 주제나 이런 것과는 무관하게 인상 깊었던 부분이 두 개 있었다.

 

댐 건설로 인한 수몰 지역의 주민들을 위한 새로운 마을에는 먹고 살만한 일거리가 별로 없었는데, 그 마을에서 젊은이들이 새롭게 수익사업을 시작했다. 그게 무엇인고 하니, 월드워크래프트의 캐릭터를 키우거나 아이템을 파밍해서 파는 것. 우리가 뉴스에서 보던 그 어떤 공장에서 일하는 듯한 청년들이 진짜로 등장하는 것을 읽는 것은 꽤나 이상한 기분이었다. 결국 블리자드는 이런 식의 거래를 막을 수 있는 조치를 취했고, 번창하던 사업을 접게 된 마을 청년들은 다른 이민자들과 마찬가지로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해안가 도시들로 떠났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저장성 정부에서 예술인 마을 같은 걸 만들어서, 거기에서 만난 미술 사업가들의 이야기인데, 공부를 못해서 일반 고등학교 진학이 어려웠던 한 아가씨는 대안으로 미술학교에 가서 배운 기술로, 어딘지도 모르는 유럽의 풍경들을 그려 유럽의 화상들에게 파는 사업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있는 게 무슨 빌딩인지 아냐고 묻자, 탑이 아니냐고 되묻는 화가사업가에게 교회라는 것을 알려주고, 미국 소도시의 풍경에 포함된 간판의 철자를 바로 잡아주기도 하면서 저자는 그들의 사업을 도와주게 되었다. 이 화가사업가들이 그린 유럽의 풍경들은 유럽 곳곳의 기념품 가게에서 관광객 - 아마도 많은 비율로 중국인 - 들에게 팔릴 것이고, 그들이 그린 미국의 풍경은 어느 호텔 방을 장식하게 되겠지만, 아무도 이들이 그린 그림임을 짐작하지 못할 것이다.

그저 일로써만 그림을 그리는 이들이 순수히 호의로 그려준 저자의 고향 집 풍경은 그들이 돈을 위해 그리지 않은 거의 유일한 그림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자기들의 서명을 한 유일한 그림이기도 했다.

 

 

헤슬러가 다른 좋은 글들도 많이 쓰고, 책도 많이 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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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쩔 수 없이... 지독하게 오래 걸려서 읽었다.

 

 

 

2.

가끔은 슬램덩크 만화책보다 이 책이 더 재밌어서 이걸 계속 읽고 싶어질 정도로 재밌었다;;

아침/저녁으로 이거 읽다가 한 정거장씩 더 가기도 했으니 -_-;;;

 

어떤 식으로 웃기냐면...

 

쉔젠(심천)으로 예전에 가르쳤던 제자 방문겸 놀러가서, 동료가 수난을 당했던 아편전쟁 박물관 방문이 좌절되자, "인터랙티브"한 체험을 할 수 있다고 광고하는 동물원으로 관광을 간 경험을 두 페이지에 걸쳐 묘사하는 것이다.

 

*************

인터랙티브하다는 것은 먹이를 동물들에게 먹인다는 점에서 사실이었다. 사슴 먹이를 파는 상인들이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했고, 원숭이 언덕에서는 아예 먹이상이 협박까지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먹이 없이 언덕에 갔다가는 원숭이들이 얼마나 사납게 굴지 모른다는 상인에게서 먹이를 사려는 제자를 만류하며, "우리가 먹이를 안주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고 싶지 않아?"라며 언덕을 올랐다가 가방과 모자를 뺏길 뻔한 뒤에는, 악어가 사는 연못 앞에서 살아있는 오리를 우리에 넣어놓고 25위안에 파는 상인에게서 마지막 오리를 사려고 한다.

제자가 악어에게 오리를 던져주는 건 하고 싶지 않다고 하자, "던질 필요 없어. 저 상인이 던져줄 거야. 그리고 저 사람도 악어한테 던지는 게 아니야. 그냥 물에다 던지는 거지." 라고 설득한다.

"악어같은 동물은 싫어요"라고 제자가 재차 거절하자, "악어는 친근한 동물이야, 봐, 웃고 있잖아"라는 말도 안되는 소리까지 하다가 먹히지 않자 전략을 바꿔본다.

오리를 계속 우리에 가둬두는 게 더 잔인한 거라며, 이런 야생세계에선 누군가는 살아남고 누군가는 그러지 못하는 것이고, 오리가 죽는다고 그게 우리가 실제로, 물리적으로, 개인적으로 그 오리를 죽이는 건 아니라고, 우린 오릴 건드리지도 않고 그냥 저 사람한테 25위안을 건네줄 뿐이고, 그건 오리의 자유를 위한 작은 댓가일 뿐이라고 우겨본다.

제자가 다시금 오리의 날개가 부러져 있음을 지적하자, 어쨌거나 오리는 수영하거나 걸을 수 있지 않겠냐며, 사실 오리들은 원할 때 굉장히 빨리 걸을 수 있고, 또 누가 알겠어, 사실은 날개가 제대로 부러지지 않아서 날아서 옆의 신발 공장까지 도망갈지도 모르지 않냐고, 우리가 시도해보기 전엔 알 수가 없다고 항변한다.

나중엔 사실 악어가 굉장히 희귀하며, 실제적으로 위험에 처해있어 먹이를 주지 않으면 죽을지도 모른다고 하자, 제자는 저 악어는 그렇게 금방 굶주릴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며,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을 지적했다. 악어는 폭발할 것처럼 뚱뚱해서, 마지막에서 두번째 오리도 거의 먹지도 않고 조각 조각 뜯기만 하는 중이었다.

결국 아주 빈약한 도덕성 주장으로, 우리가 악어에게 오리를 던지지 않는다면 다른 누군가가 그럴 것이고 우리는 더 나을 것도 더 나쁠 것도 없는 보통 사람으로, 그냥 작은 연못에서 악어들과 날개 부러진 오리 한마리의 사투를 즐길 수 있지 않겠냐며, 오리 한 마리가 뭐 중요하냐고, 왜 이 오리만 다른 오리들과 다른 대접을 받아야 하냐고 마지막으로 설득해보았지만, 제자는 꿈쩍도 하지 않아 그냥 오리를 두고 떠날 수 밖에 없었다고 이야기한다.

******************

(p. 90~91)

 

늘 이런 식은 아닌데, 이런 것도 좋을 정도로, 책이 매력적이란 이야기다;;

 

 

 

3.

제목은 Oracle bones이고, 은나라 문명 발굴지가 계속해서 등장하지만, 대체로, 위구르 족 친구 이야기나, 리버타운 시절의 제자들 이야기, 여행 다닌 이야기 등의 현대 중국 이야기가 주를 이뤄서, 제목이 어떤 의미에서 제목인가 했었는데, 중반 이후에 제목과 연관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Chen Mengjia라는 갑골문자 및 고고학(?)에 조예가 깊은 어느 학자의 인생 이야기를 파헤쳐나가면서, 헤슬러가 마주친 것은 Chen Mengjia(陳夢家)의 이야기만이 아니었다.

헤슬러는, 중국 문자, 한자에 대한 것까지 파고들어, 근대 중국이 표어(語)문자에서 표음(音)문자로의 변화를 추구했던 것, 그것이 좌절되고 대체되어 간자체로 넘어가게 되는 배경까지 이야기를 전개시킨다.

 

이때쯤에야 뒷북의 대가는 무릎을 치게 되는 것이다.

아, 이래서 Oracle Bones가 제목이 된 거였구나, 헤슬러가 Orcle Bones에서 이야기를 시작하고 싶었던 것은, 세계에 몇 없는 이 유래없이 아름답고 불편한 한자가 아직도 살아남은 것에 대한 것이었구나, 역시 간자체는 왜 쓰는지 이해를 못하는 것은 내가 이상한 게 아니었구나, 하고.

 

 

 

4.

어떤 문장들은, 이렇게 재밌게 읽히고, 어떤 문장들은 지루한지, 그 차이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헤슬러의 문장이 내게는 몹시 매력적이라는 것만은 확실하다.

헤슬러의 중국3부작 중 이제 한 권 남은 것이 몹시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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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 타운 - 10점
피터 헤슬러 지음, 강수정 옮김/눌와

 

 

"매우 좋았다"라고만 기억하던 이 책을 오랜만에 재독했다.

다시 읽어보니, 이 또한 매우 좋았다.

(나 혹시 이 책 읽다 말았던가, 라는 의심이 들 정도로, 뒷부분은 완전 처음 읽는 이 기분)

 

하두 담담하게 그저 평범한 외국인이 아주 낯선 곳에서 이방인으로 사는 생활로 이야기를 해서, 저자가 그냥 정말 평범한 사람인가 오해하게 되는데, 사실은, 프린스턴과 옥스포드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상위 1%의 수재였다는 함정이 있으므로, 같은 외국 생활을 왜 이렇게 다르게 하고 있지 하고 자괴감에 빠지지 않아도 된다...고 위로 중이다.

 

그저 생김새 하나만으로도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생활을 미치게 싫어하다가 익숙하게 받아들이게 되기까지, 현지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힘겹게 이어나간다.

 

길지 않은 문장들이 깔끔하고 유머러스한 것은 책을 더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소다.

 

덕분에 두 번째 이야기 Oracle Bones도 도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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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연수의 청춘의 문장 읽고 있는데 뒷표지만 봐도 울컥 ㅜ.ㅜ


 - 아 나는 몬 읽어봄. 뒷표지에 머라고 돼있는데?

 
 - 이제는 경정산만이 남은 이백에게

   마주 보아도 서로가 싫지 않은 사람들이 모두 사라졌다는 사실을,
   그리워라는 말에는 지금 내게 당신이 빠져 있다는 뜻이 담겼다는 걸 짐작했으니까. ...
   내게는 이제 경정산만이 남아있을 뿐이니까,

   당신도, 그 어떤 사람도 결국 그럴 테니까, ... 
   청춘이 들고양이처럼 재빠르게 지나가고 그 그림자만 영원토록 남는다고.

  

   그래서 너를 보면서 아침에 잠깐 
   너는 내게 경정산기슭 산그림자처럼 남아주어서 
   기쁘고 고맙다고

   소중한 모든 것은 서른 전에 얻었구나 라고 (생각했다고)


 - 아웅 ㅠㅠ 

   나는 니가 보내준 견과를 빠삭빠삭 소리가 나게 씹으면서 
   이런 걸 챙겨주는 사람이 있다니 빠삭 
   참으로 빠삭 
   고마운 일이야 빠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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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크루그먼의 경제학의 향연 - 10점
폴 크루그먼 지음, 김이수.오승훈 옮김/부키

 

책선생이 두고두고 읽으신다는 책 십여권 중의 한 권이라서, 누가 책 뭐가 읽고 싶냐기에 그 사진을 그대로 보내면서 이 중에 읽은 것 빼고 아무거나, 라고 했더니, 얼마전에 읽은 거의 모든 것의 역사와 이걸 가져왔었다.

나름 긴 휴가 기간에 할 일이 없다고 책을 읽은 후엔 나에게 주고 간다고, 그러라 했는데, 이걸 한참을 들고 다니면서 어렵다고 한 두번 중얼거리길래 그런가부다 하다가, 어제 70쪽 정도를 겨우겨우 읽고 문자를 보냈다.

 

 

나: 내가 권한 거나 마찬가지이긴 한데, 휴가 와서 왜 이렇게 지랄맞게 어려운 책을 다 읽고 갔어?

S : 그거 읽느라 죽는줄. 나의 얄팍한 경제 지식을 한탄하며. 힘들었어.

나 : 이렇게 어려울 줄 몰랐어 ㅜ.ㅜ

S : (내용이) 기억도 안나. 그냥 다른 쉬운 경제학 서적 읽어야겠다는 다짐만 기억남.

나 : 아냐. 어려워도 크루그만을 읽어야 지성이 쌓인대. 근육운동 같은 건가?

S : 그래. 내 돈주고 힘들게 근육운동하는 느낌임. 그것도 엄청 지속적으로 해야 근육이 생기는데 크루그먼을 지속적으로 읽을 자신은 없음.

나 : 여튼 어떤 분(책선생)이 어렵다고 쉬운 엉터리 책 보면 안된대.

 

 

난 취미로 읽는 거고, 모양은 심지어 읽고 발제도 해야 하고 시험도 봐야하니 내가 감히 어떻게 그 고통을 이해할까 싶지만, 읽어야 하는 논문 어렵다고 징징거리는 모양의 어느 부분에 어느 정도 급 공감이 간다.

 

다 읽고 남는 게 있어야 할텐데 -_-;;;

 

 

+ 문득 생각났는데, 이거, 옛날 옛적에 추천한 사람이 하나 더 있었다.

넌 대체 나를 뭐로 보고 이걸 읽으라고 추천한 거니, 라고 이제 와서 묻고 싶네 =_=

심지어 원서로 읽으라고 추천해줬잖아 =_=

 

 

 

++ 130여쪽을 읽은 후에,

1. 케인즈는, 통화량 조정을 통해 경기 조율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2. 프리드먼은, 통화량을 꾸준히 공급한다면 되는 문제이니 왜 굳이 정부가 끼어드냐고 주장했다.

3. 공급중시론자들은, 문제는 조세야, 멍청이들, 이라고 했다.

4. 크루그먼은 공급중시론자 등을 위시해 멍청한 경제학자들이 있으며(공급중시론자들은 심지어 유사과학자라고 했다) 경제학은 성숙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생각보다 엄청 까댄다 -_-;)

 

아 어려워 젠장 =_=

 

+++ 180여쪽까지 꾸역꾸역

1. 80년대 레이건의 확장에 레이건은 아무것도 한 일이 없었다, 80년대에 일어난 일의 진실? 별 일이 없었다는 것이다 - 성장률은 나쁘지 않았으나, 실질 생산성의 증대는 별 게 없었다는 의미에서.

2. 문제는 소득재분배로 넘어온다 - 내 관심사.

 

읽다보니 이게 웃으라고 쓴 걸까 라는 몹시 헷갈리는 문장들에서 슬슬 좀 웃기기도? 라는 생각이 든다.

 

++++ 252쪽

1. 마스트리흐트 조약을 엄청 무시하는 건 이해하겠다. 대놓고 농담을 두 개는 하는데,

2. 문제는 두번째 농담의 반을 이해할 수가 없다는 거다.

... 다른 하나는 '이탈리아 형 Italian' 이론으로, 기준 목록은 EMU의 필요 사항 목록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다만 어음 남발의 루머가 따라다니는 외교관들 때문에 화가 잔뜩 나 있는 이탈리아의 중앙은행원들이 자국의 외교관들이 마스트리흐트를 국내의 정치적 목적에 써먹고 있다고 폭로함으로써 자국의 부패 정치인들에게 부과하면 좋을 강제 규정 목록으로는 썩 괜찮다는 것이다....

 

... 뭔 소린지 해석 좀 =_= 마스트리흐트 조약을 까는 농담의 한 부분이라는 것 외에 먼 소린지 이해가 안된다. =_= 와 다시금 윤모양의 심정에 공감이 ㅜ.ㅜ

 

그래서 원문을 찾아봤다.

 

...The other is the "Italian" theory; the list of criteria makes no sense as a list of things needed for EMU, but sounds very much like a set of constraints that Italy's exasperated central bankers would like to impose  on that country's corrupt politicians, suggesting that Italian diplomats, who are rumored to have done much of the drafting, were using Maastricht to serve domestic political ends.

 

...그리고 절망했다. =_= 먼소리야 당최 =_= 

 

 

+++++ 다 읽었어요 흑흑

한달은 넘기지 말아야지 하고 꾸역꾸역. 마지막까지 읽었는데, 마지막장을 덮으면서, 이게 한국말로 번역이 되었는데 왜 한국말로 읽는 기분이 안드는지, 내가 무식해서 그런 건지, 사고가 너무 달라 그런 건지 모르겠다.

여튼. 책이 93년 무렵에 출간된 거라 클린터 초기 이후에 대한 해석이 없는데, 지금까지의 변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석해주실 지가 궁금하긴 한데, 노벨상 수상 이후로 글이 좀 거칠어졌다는 평이 있어 한 권 더 읽을지는 모르겠다.

 

참 그러니까, 지금 세계는 1) 생산성 성장 둔화 2) 빈곤 심화의 문제를 갖고 있는데, 1은 내버려두고 2는 어떻게든 해보라는 메세지인 게 맞는 거지? 하고 있나?

Posted by 구이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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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것의 역사 - 10점
빌 브라이슨 지음, 이덕환 옮김/까치

 

빌 브라이슨을 재밌는 세상으로 제일 먼저 접해서, 여행기 같은 책들만 읽었기에, 이 명저를 보고도 못본 채, 추천 받고도 못들은 채, 그렇게 십수년을 지난 후에, 추천도서에 실패가 없는 책선생이 두고두고 보는 책으로 추천하신 이제서야 겨우 집어들어서, 내가 추천한다고 해봐야 누가 이 무겁고 두껍고 누군가의 표현으로는 첫장을 넘기는데 숨이 막히는 느낌의 책을 과연 볼지 모르겠으나, 이건 추천하지 않을 수가 없다.

 

거의 모든 문장이 다 좋으며, 빌 브라이슨 특유의 유머는 매 단락마다 숨어 있어서 킬킬대지 않을 수가 없다.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풀어내주는 것에 탁월하고, 아무렇지 않게 새롭기 신기하며 가끔 감성 자극까지 되는 지식들까지 제공해준다.

 

옮겨 적어두고 싶은 글귀들이 엄청나게 많다.

반도 읽지 않은 지금까지도 말이다.

최소한 두 학기 정도는 일주일 세시간 강의로 수업할 만한 이야기들이라, 하루에 열 쪽씩 아껴가며 읽는 중인데, 어디 가서 이런 이야기가 있었대요, 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기억하는 건 애저녁에 포기했지만, 그래도 대충 아 그래 그런 이야기 빌브라이슨 책에서 들어는 봤네 정도로 기억하고 싶어서 더 천천히 읽어나가는 중이었는데, 200쪽 정도까지 진행되고 나니 다 내려놓게 된다. 그냥 책을 따라갈 수만 있어도 어디야 싶다 =_=;

 

여튼 그런 고로, 아직, 한창 읽는 중이다.

 

+ 두어달 들고 다닌 기분인데, 다 읽은 지는 좀 됐다.

주옥같던 글들을 다 읽은 소감은, 그래, 인간이 모르는 게 아직 이렇게 많다는 걸 이 두꺼운 책 한권으로 썼네, 라고 한 줄 요약이 가능하겠다. 좀 더 늘리자면, 표백, 같은 소설에서 지금 세대는 더 이상 할 일이 남아 있지 않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인간이 알지 못하는 인간의 역사라든가, 지구의 기후라든가, 공부할 것은 무궁무진하고, 그걸 바탕으로 바꿀 수 있는 것들도 엄청나게 남아 있다는 것과, 알파고 때문에 이제 인간이 기계를 뛰어넘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고들 걱정하는데 아직 알파고들과 함께 풀어야 할 문제들은 차고 넘치게 많다는 것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우주적으로 보자면 소소하지만, 그나마도 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길게 늘여쓴 두꺼운 책 한권이었다, 라고 쓸 수 있겠다. 아 이것도 길었지만 한 문장.

 

++ 가끔 이 재미없는 블로그엔 누가 오나 궁금해서 유입키워드를 살펴보는데, 네*버에서 책 검색하다가 오시는 분들이 많은 듯. 사람들이 방문한다고 모든 글들을 읽지는 않으니까 내가 방문객들을 다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나는 오지랖도 좁지는 않고, 하필 방문한 곳이 내 블로그니까, 약간의 미안함을 갖고 말해두는 걸로.

 

1. 이 책을 읽을까 말까 해서 사전 정보를 구득하시려는 분이라면, 읽으세요, 절대 후회하지 않아요.

 

2. 어떤 책이었더라? 하고 나처럼 읽은지 10년되어서 기억이 안나는 분이시라면, 구글에서 검색하세요. 더 상세하고 친절하고 훌륭한 정보들이 많아요. 예를 들면, 이런 글.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217204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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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세계를 스칠 때 - 8점
정바비 지음/알에이치코리아(RHK)

 

 

좋아하는 밴드 중 하나인 가을방학의 정바비 블로그를 발견해서 읽다가,

몇 번 풋 하고 웃은 후에,

너의 세계를 스칠 때, 라는 산문집을 사서 읽고 있다.

 

뒤돌아서, 어디 되게 웃긴 부분이 있었는데, 하고 돌아가서 보면,

때지난 농담처럼 식어서, 어디가 웃겼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지만,

한 번은 피식 혹은 푸핫 하고 웃게 되는 글들로 가득 차 있어서, 몹시 즐겁게 읽고 있다.

 

 

아침엔 특히나,

유리벽에 뻑! 이라는 글을 읽다가, 맞아 맞아, 라며 한참 웃었는데,

이건 없어서는 안되는 () 좀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공감할 만한 주제이지 싶다.

 

둘다 만화책 좋아하는데, 순정과 액션이라면, 더 안맞는 그거,

둘다 순정 좋아하는데, 로맨스와 일상물이라면, 더 짜증나는 그거,

우리 그거 다 이해하지 않던가.

 

 

이거 내 친구면 좋겠다 싶은, 너무 취향인 말장난 같은 글들이 너무 좋다.

아쉽지만, 위에 소개한 글과 같은 이유로, 추천은 못하겠다.

 

 

 

 

p173. 이분법의 유혹 - 직업

 

예전에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뉘는 줄 알았다.

지금은 그냥, '넌 그래도 네가 좋아하는 일 하면서 살잖니'란 푸념을 누군가에게 늘어놓으며 사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는 것 같다.

 

p208. 이분법의 유혹 - 연애

...연애는 '빡센 연애와 존나 빡센 연애로 나뉜다. 존나 빡센 연애는 한쪽 혹은 양방이 신체, 정신적 장애를 갖고 있거나, 두 사람의 인종이나 쓰는 언어가 다르거나, 원거리 연애거나 하는 커다란 장애요인이 있는 연애다. 그리고 빡센 연애는 그 외의 모든 연애에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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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안 변해, 라는 명제와 대치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없기도 하다.

 

변하지 않는 감정이 없어서, 한 때 사랑해 마지 않던, 내 작가 목록은 이제 서서히 변하고 있다.

내 책장 한 칸을 차지하던 작가들 중, 첫번째로 자리를 비우게 된 것은 무라카미 류이다.

너무 심한 SM 이야기가 나오던 책은 이미 오래전에 치웠고, 남아 있던 대여섯권의 책도, 제목만 봐서는 내가 왜 좋아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재독해서 좋은 책들만 남길까 하다가, 재독할 시간과 의지가 부족하여, 통째로 갖다 버렸다.

 

현재 책장 한 칸을 넘치게 차지 중인 오스터도 좋아하는 것들만 남기고 치울 예정이다.

 

나중에 또 맘이 변할지 모르겠지만, 요즘은 얼마 되지 않는 독서시간을 좀 더 진지한 독서에 투자 중이라, 오래된 소설들이 자리를 많이 비워야하지 싶다.

 

오랫동안 나를 기쁘게 하던 류에게, 감사와 석별의 인사를 보낸다.

(69 정도는 남겨둘 맘이 있는데, 어째서인지 69는 없더라는;)

Posted by 구이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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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더무브

책일기 2016. 6. 9. 11:31
온 더 무브 - 10점
올리버 색스 지음, 이민아 옮김/알마

 

새로운 책선생의 책 추천은 거의 실패가 없다.

싸울 기회,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에 이어 3연타 장외홈런을 날리는 기분이다.

 

딱 2쪽을 읽고, 절로 얼굴에 미소가 피어났다.

좋아하는 유쾌한 천재들의 부럽기 그지 없는 회고담.

 

작가의 유명한 책들은 하나도 읽은 게 없지만, 이런 사람이라니, 매력적인 글이었을 것이 짐작이 된다.

 

이제 겨우 한 章 정도 읽은 터라, 아직 갈 길이 멀어, 기쁘다.

Posted by 구이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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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 - 10점
위화 지음, 김태성 옮김/문학동네



책이 훌륭하니까, 책 그림도 큰 걸로.


앞에서 이야기한 육아 서적의 되풀이되는 메세지(중언부언)와 보편적 사실에 근거한 거라고 보기엔 내가 아는 세상과 꽤 다른 이야기에 지쳐 있다가 책 추천하신 분의 트위터에 이 책을 다시 언급하시는 걸 보고, 까먹고 있던 걸 꺼내왔는데, 머릿말을 읽었을 뿐인데, 문장의 힘이 다르다는 것이 바로 와 닿는다.


우선, 그것만으로도 위안이 되어서, 별 다섯개 주고 읽기 시작할 예정.

Posted by 구이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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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3시간 엄마 냄새 - 4점
이현수 지음/김영사



육아 관련 서적 보기를 돌과 같이 하고 있어, 웬만해서 읽지 않으나, 취향 나쁘지 않은 친구의 강력 추천으로 이건 좀 다른가 하고 집어들었더니, 웬걸, 전혀 다르지 않다.

얼마 읽지 않았으나, 육아 서적들이 주로 엄마들 야단치고 죄책감 들게 하는 게 어찌나 한결같던지, 성질은 더러웠으나 공부는 잘해서 야단 맞아본 역사가 길지 않은 사람으로선 이런 책들을 참아 내기가 어렵다.


아깝기도 하고 뭔가 미처 발견 못한 큰 깨달음이 있을까봐, 남은 절반도 대충 훓어 읽어 보려는 노력은 하는 중이고, 그래도 야단 맞았다고, 잠깐 정신차리려는 몸부림도 쳐보고 있다.


Posted by 구이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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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수년 전 감성이 갑자기 돌아와, 뒤적뒤적 케이스 다 깨진 옛날 CD들과 떨어지지도 않는 오래된 먼지가 들러붙은 책들을 꺼내보고 있는데, 문득 유언이 손에 잡혔다.

절반쯤 읽은 후에, 모양에게, 책 이야기를 해주었다.




박 :  부지런히 유의미하게 살 성격은 못 되지만 이번 주는 인생을 허비하는 것 같아서 우울했다.

나 :  오늘 아침엔 산도르 마라이 유언을 꺼내서 절반 정도 읽었어. 인생의 의미에 대해서 던지는 질문이, 뭐라고 해야하나,

박 :  인생의 의미가 뭐래?  너무 궁금했어.

나 : 모순적이라고 해야 하나. 반을 마저 읽고 나면 이야기해줄께.
어느 성실하고 보통의 집안에 매력적인 사기꾼 하나가 기어들어와서 집안을 들어먹었는데, 그런 뒤 25년만에 돌아와서 딱 하나 남은 집 마저 탈탈 털어 먹는데, 그 집에 살던 둘째딸이, 그 사기꾼이야 말로, 평온하고 의미없던 삶의, 유일한 진실한 의미라고 자꾸 개소리를 하는, 절반까지 밖에 못읽었다.

박 :  아.. 근데 그 둘째딸은 참..

나 :  둘째딸이 화자라서 걔말을 전적으로 신뢰할 수 없으나, 사기꾼이 참으로 매력적이라 온동네가 그 사기꾼에 놀아나네. 양복점 주인은 20년된 양복값 청구서를 와서 바치고 판사 친구는 또 푼돈을 너무나 자연스레 뜯기고 온 동네가 그 사기꾼을 흥겹게 맞아들여 놀아난다는데, 어찌 알겠어. 1900년 무렵 오스트리아 근방 사람들의 도덕과 신념과 감성을. 이해하기엔 너무 멀다. 그래도 반드시 (인생의 의미를) 찾아내어서 네게 알려주마.

박 :  근데 2016년 한국에서도 그런 사기꾼들한테 뭔가 교묘하게 뜯기며 내 것을 다 갖다바친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나 :  응 그럴지도.  여튼 오늘도 왜 사냐까지 가면 너무 머니까 왜 일해야하나 정도에서 헤매는 중

박 :  나도.




[다음날 계속]



나 : 어제 이야기하던 산도르 마라이의 유언, 후반부가 어떠냐면, 그러니까 결국 그 개새끼가, 원래 여주인공이랑 사랑하다가 그 언니와 결혼을 해서 애 둘을 낳고 살다 언니가 먼저 죽었는데, 그 언니가 죽을 때 남긴 집안의 가보 반지를, 그 딸을 주지 않고 여주인공을 줘서, 여주인공이 '그럼 내가 담에 조카딸을 줄께', 했었는데, 사실은 언니가 죽기 전에 이미 반지는 팔아치웠고 그 반지는 가짜였던 거지. 그랬는데 15년 만에 돌아오면서 그 조카딸이 결혼 지참금이 필요한 상황이 되자 딸에게 '니 이모가 니 엄마가 받은 아주 비싼 반지 갖고 있으니 달라고 하렴' 하고 와서 그 딸이 아빠말을 믿고 이모 반지 내놔 하니 여주인공이 기함한 거야. 그러나 조카딸의 정서를 배려하여 '난 그 반지 줄수 없어' 라고 하니 조카딸은 완전 화나서 나가버리고 그 뒤를 이어 개새끼가 와서 이야기해.
 "너는 나의 성품이고 도덕성이었어. 니가 나를 저버려서 나는 도덕성을 갖출 수 없었어."
 "세상에는 일어나기 마련인, 언젠가 일어나야 하는 일들이 있어. 그런 법칙이 있어. 그러니 니 집은 내가 팔아 치우고, 너는 빈민구호소로 가도록 해"
 라고 말했는데, 여주인공이 수긍하지. 그리고 말리는 친구에게 말해.
"내가 정말 현명하고 용감했다면, 나는 이십오년 전에 저 사기꾼 거짓말쟁이와 함께 도망쳤을 거야. 그러지 않아서 나는 인생의 진실한 의미를 놓쳐버렸어"
 라고. 그리고 소설이 끝이 나.
 산도르 마라이는 좀 그런 주제가 많아. 어느 노년의 평온한 인생에 청춘의 개새끼가 찾아와. 그리고 평온한 삶을 살아온 주인공들이 잃어버린 인생의 열정, 알맹이, 진실한 의미, 이런 걸 아쉬워하고 후회하고 삶을 탈탈 털어버려.

박 :  아...  무슨 말인지 좀 알겠다.

나 :  그런 열정을 만나보지 못해서 내게는 그냥 개새끼들일 뿐이네.

박 :   그래서 어릴 때 젊을 때 뭐가 없을 때  이꼴 저꼴 당해보고 이새끼 저새끼 다 만나보고 그런 허상 같은 건 없다는 걸 알아야 하는 건가..라는 상투적인 메세지를 담고 있는 건 아니겠지. 뭔가 고차원적인 게 있는 거겠지.

나 :  그런 건 아닌 거 같애. 그냥 인생이 남들 보기엔 폭망이라도 열정을 건지는 것이 더 의미가 있었을지도 몰라, 라는 거 아닐까?

박 :  아...  나는 싫은데 그런 폭망.

나 :  나도 인생의 평화가 더 좋아. 기회가 있다면 언제라도 평화쪽을 선택할 거야. 아마 백퍼. 그러고서 마라이처럼 이런 얼토당토 않은 망상을 즐기는 걸 선택하겠어.


박 : 그게 현명해. 두말 할 것 없어. 인생은 그렇게 사는 게 맞아.

나 :  응 근데 문장들이 기막히게 아름답다. 유려하다, 라는 표현을 길다랗게 늘여쓴 것처럼.

박 :  기회가 되면 나도 그 유려함을 만끽하마.

나 : 니 취향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사놓고 재독은 이번이 처음인 거 같은데 다시 읽으면서 그래 내가 좋아해서 모을만한 작가였네 싶다.


박 :   일단 간다, 저녁 회식. 아아아  가기 싫다.

나 :  그래 난 어제 했다. 견디고 평온을 지켜. 홧팅

박 : 사기꾼 이야기를 듣고나니  이상하게 평온해진다. 고마워

나 :  그래 이상한데서 위로를 얻는구나.






최대한 했던 말 그대로 편집했다. 원래 나는, "개새끼" 이런 표현은, 입에 올리지도 않고, 글로도 쓰지 못하는 얌전한 아가씨인데, 살다보니 예전의 "빌어먹을" "젠장" 정도로는 주변에서 감흥이 없다고들 하여, 우선 글로 먼저 강한 표현들을 익히는 중이다. 거칠다고 오해하지 말아주시길.

Posted by 구이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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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문장들

책일기 2016. 3. 31. 14:23

청춘이 다 가고 있으니(이미 다 갔던가, 것도 한참 전에), 더욱, 청춘 들어가면 읽어야 해서.


옳커니 무릎을 치게 만드는 명문장들이 가끔 눈에 띄어서, 공유해주고 싶었다.



1.

꽃에 나비가 없을 없고 산에 샘이 없어서는 안된다

돌에는 이끼가 있어야 제격이고 물에는 물풀이 없을 없다.

교목엔 덩굴이 없어서는 안되고 사람은 () 없어서는 안된다 


- 장조(張潮)


"덕후긴 해, 자기는" 이라고 말하는 오랜 친구에게.

"옛사람의 말대로, 나는 마땅히 있어야 해서 약간의 벽(癖)이 있을 뿐이다"




2.

앞으로도 만날 기회 있음을 알지만,

밤에 헤어지기는 참으로 힘들다

친구가 권하는 술잔이

뱃길을 돌개바람만 못하랴


- 사공서(司空曙)


만난지 20주년이 되었음을 아침나절 일깨우는 친구들에게.

"너희 독사같은 내 친구들아, 그 술잔을 내가 이런 마음으로 받는다."

Posted by 구이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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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완결

책일기 2016. 3. 21. 12:48
비밀 12 - 6점
시미즈 레이코 지음/서울문화사(만화)



이게 대체 언제 시작한 건가 찾아보니 1권이 03년 8월에 출간.

와, 나 무려 13년간 사모았어 ㅜ.ㅜ 칭찬해줘야겠어.

13년간 띄엄띄엄 봐서, 큰 줄기의 스토리는 이게 무슨 스토리였나 기억도 안나고...

옴니버스 식으로, 뭔가 그 뇌구조를 보기만 해도 미쳐버리는 연쇄 살인마가 대체 몇이나 등장했나 모르겠다.

내킬 때 1권부터 정독 한 번 해주긴 해야할 텐데 안내킨다. 지금은 전혀.


이건 분명 그냥 좋은 소재의 단편에서 시작했던 것 같은데, 장편으로 그려보시겠어요 선생님? 하고 편집부가 부추긴 거 아닐까 싶은...

그나저나 로맨스 다운 로맨스는 제대로 등장하지도 않고, 작고 아름다운 마키만 커다랗고 시커먼 남자들틈에서 갖은 브로맨스를 꽃피우는, 그러나 브로맨스라기엔 너무 아슬아슬한 장면이 많아서 저러다 누구랑 성정체성을 깨닫게 되는 거 아냐 라고 내내 조마조마했으나 그러지 않고 그냥 우정의 소중함과 아름다움만 선사해주었던 점은 칭찬하고 싶다.






추가로, 비밀의 프리퀄에 해당하지 싶은, 이미 죽어 없어진 스즈키와 마키의 첫 만남이 그려지는 시즌 제로가 시작되었다.

(마키 이녀석, 출생조차 꼬여있어)

사랑해 마지 않는 브로맨스로 꽉 들어찬 스토리다. 몹시 흡족하다.


비밀 The Top Secret season 0 시즌 제로 1 - 10점
시미즈 레이코 지음/서울문화사(만화)



Posted by 구이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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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울 기회

책일기 2016. 2. 17. 12:25
싸울 기회 - 10점
엘리자베스 워런 지음, 박산호 옮김/에쎄



(한 사람으로부터) 무수한 추천의 말을 듣고 구매해놓은 뒤 3개월 정도 묵혔다가 시작했는데, 주륵주륵 울면서 읽기를 마쳤다. 아니 마친 줄 알았는데, 주석이, (원래 본문 아래쪽에 있는 주석 아니면 뒤까지 들추면서 확인해 읽지 않는 게으른 버릇이 있다 보니, 책 다 읽고, 감사의 글 다 읽은 후에 주석을 보다가 깜짝 놀랬다. 이럴 줄 알았으면 비록 책이 두껍고 무거워서 귀찮았어도 그때그때 주석 읽는 거였는데!) 주석마저 주옥같아서, 책 이렇게 만들어도 되는 거냐고, 따져묻고 싶을 지경.


오글거리게 비장하지 않고, 그냥 소신대로, 믿는 대로 살아온 삶을, 흔한 일상을 사는 것처럼 풀어내고 있는데, 그러면서 그가 해낸 일들이 너무 엄청나고 소중한 것들이라, 존경과 부러움으로 뒤덮이게 된다.


아니 진짜, 꼭 읽어보길 바란다.

뭐라고 설명하든, 그보다 더 대단한 책이다.


+ 훌륭하니까 오랜만에 책 선물.

한국 배송주소인 경우에 한해, 선착순 2명에게 선물하겠음!

Posted by 구이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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